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자를 지원하는 서울해바라기센터가 개소 5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서울센터는 약 4000명의 성폭력 피해자에게 상담, 의료지원을 수행했고 필요한 경우 수사·법률지원으로도 연결했다.
여성가족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해바라기센터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서울센터점 외에도 전국에 35개소가 있다. 상담·의료·심리·수사지원팀이 피해 직후 응급키트를 이용한 증거채취부터 진료, 수사상담, 진술녹화, 국선변호사 연결, 개별 상담, 가족상담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8살 때부터 들었던 말이 '이거 얘기하면 엄마랑 아빠랑 너랑 못산다' 였어요. 의심도 안했어요. 그러는 동안 환각·환청이 너무 심해졌어요. 기숙사 학교였는데 밤마다 아빠가 찾아와 '이리와 이리와' 했죠.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서 담임 선생님에게 털어놓게 됐죠."
강수연씨(가명·23)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다. 초등학교 1학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12년간 친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처음에는 추행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위가 높아졌다.
친부는 자신이 운영하던 사업을 친모 김연숙씨(가명)에게 맡기고 본인은 그 시간에 집에서 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 딸이 엄마에게 사실을 얘기할까봐 모녀사이를 이간질하기도 했다.
"성폭력 피해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자신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나는 거예요. 그래서 신고가 늦어지죠. 저는 딸에게 이렇게 얘기했어요. 괴물에게서 우리 가족을 구출해줘서 고맙다고요."
2011년 3월, 친부의 범행이 시작된 지 12년이 지나서야 박씨는 담임 선생님에게 사실을 고백하고 서울해바라기센터로 연계됐다. 상담 등 치료는 5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러는동안 친부는 재판에 넘겨져 10년형을 선고 받았다.
해바라기센터는 병원 중심 모델이다. 필요한 경우 성병검사, 임신중절 등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센터는 서울대병원이 수탁 운영한다. 센터에는 파견 나온 여성경찰 4~5명과 간호사, 임상심리사, 상담원 등이 상주해있다. 피해자는 피해 발생일로부터 최대 2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센터에서는 김씨와 같이 자칫 사각지대에 놓일 수도 있는 가족에 대한 지원도 병행한다. "일을 처음 접하고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상담 선생님이 그러셨죠. 무조건 아이를 믿어주라고요. 상담이 없었다면 훨씬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겁니다." 김씨는 해바라기센터 덕분에 바로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폭력은 피해자가 신고나 공개를 꺼리는 범죄이기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훨씬 더 많다. 성범죄 신고율은 10% 정도다. 신고를 꺼리다 보니 증거 채취도 어렵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 증거물 확보의 '골든타임'은 피해 발생 72시간 이내다. 센터 관계자는 "피해가 발생하면 되도록 씻지 말고 입은 옷 그대로 찾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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