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첫 조미료 '味元신화' 창조.. 은퇴후에도 전통장류 연구 몰두
국내 최초 발효조미료 '미원'을 세상에 내놓은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가 지난 5일 향년 96세로 별세했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6일 "임 창업회장이 서울 강북 삼성병원에서 어제 오후 8시57분께 노환으로 유명을 달리했다"며 "장례는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8일 오전 7시, 장지는 전북 정읍에 있는 선영이다.
유가족으로는 아들인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과 임성욱 세원그룹 회장, 딸 임경화씨와 사위 김종의 백광산업 회장, 손녀인 임세령 대상 전무와 임상민 상무 등이 있다.
빈소에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상주로서 친인척 등을 맞았고, 임 명예회장의 두 딸인 임세령 전무, 임상민 상무도 고인의 곁을 지켰다. 대상그룹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외부 조문이나 조화를 받지 않고 정중히 사양한 뒤 돌려보내고 있다.
임 창업회장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1세대 기업인 중 한 명으로, 국내 조미료 시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은 지난 1920년 전북 정읍에서 5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리농림학교 수의축산학과를 졸업한 뒤 1942년 고창군청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국산 조미료가 없던 시절인 1950년대 임 창업회장은 일본에 직접 건너가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 제조 방법을 습득하고 귀국한 1956년에 동아화성공업㈜을 설립하고 '미원'을 출시했다.
'미원'은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고, CJ제일제당의 미풍과 사운을 걸고 경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상의 '진국다시'가 CJ제일제당의 '다시다'와 맞붙는 등 양사의 경쟁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로 출시 60년을 맞은 미원은 'MSG 유해성' 논란에서 벗어나며 최근 수년간 소매점 판매량이 증가하고, 해외 수출도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조미료 외에도 각종 장류와 냉동식품, 육가공식품 등을 생산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세월이 지나 미원그룹의 맥을 이은 대상그룹은 숱한 1등 상품을 만들어내며 업계를 선도하는 주자로 발돋움했다.
임 창업회장은 1987년 그룹회장직을 장남인 임창욱 명예회장에게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은퇴 후에도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 대상 사옥 뒤에 개인 연구실을 두고 고추장, 된장 등 전통 장류에 대한 연구를 중단하지 않았다. 2005년 1월 부인 박하경 여사가 향년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후부터는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조용한 노년을 보냈다. 고인은 생전에 출장을 가도 숙박료가 비싼 호텔을 찾지 않고 모텔이나 여관에만 묵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지방 이동 시에도 새마을호 열차를 타지 않았으며 서울 시내에서도 자동차보다는 전철 등 대중교통으로 이동했다. 구두도 한 번에 두 켤레 이상 가져본 적이 없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그러나 지난 1971년 사재를 출연해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등 사회 환원에는 솔선수범해 왔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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