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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과세, 세상을 바꾼다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07 17:11

수정 2016.04.07 17:11

프랑스 현행 세제 분석.. 세제개혁 로드맵 제시
공정한 과세, 세상을 바꾼다

현재의 세금 제도는 납세자가 세금이 어떻게 부과되는지 알지 못한다. 납세자들이 과세가 공정하다는 믿음을 저버리게 된 이유다. 현 제도에서 저임금 근로자는 굉장히 높은 비율의 과세를 적용받는 납세자이며, 고소득층보다는 중산층이 훨씬 높은 세율을 감당하고 있다. 이 책은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누구나 생각하지만 너무도 복잡하기 때문에 문제 삼지조차 못하는 현대의 세금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질적 제언을 하는 저자가 내놓은 이 세금 개혁 가이드는 현 제도의 여러 문제를 가시화하고 실천을 촉구한다.

최근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세금을 더 내겠다'고 해 화제가 됐다. 이 최상위 부자들은 "소득 상위 1%를 대상으로 증세를 해야 한다"고 말하며 부유세 도입을 청원했다. 자신들은 세금으로써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할 의무와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왜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내겠다고 말해야만 했을까. 현재 세계적으로 빈곤층, 중산층, 부유층 그리고 초부유층의 억만장자들은 대략 소득의 몇 퍼센트를 각각 세금으로 내고 있을까. 나라마다 세금제도는 원칙과 운영상 차이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선진국에서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율에 큰 격차가 존재하며 자본소득에 상대적으로 적게 적용되는 세율과 거대자산에 주로 적용되는 다양한 면세 혜택으로 인해 부자들이 그렇지 않은 계층보다 소득 대비 낮은 비율의 세금을 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경제학계는 물론 전 세계를 뒤흔든 화제의 책 '21세기 자본'에서 저자는 전 세계 경제 불평등에 대한 장기간의 데이터를 제시하고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극심해져만가는 국면의 전환책으로 부유세 도입을 주장했다.

세금혁명 토마 피케티 / 글항아리
세금혁명 토마 피케티 / 글항아리

이 책은 프랑스의 현 조세 제도를 대상으로 현 세제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지를 제시한 것으로 저자와 '21세기 자본'의 근거가 된 데이터베이스의 공여자들이 공동 집필했다.

프랑스의 현행 세제를 기준으로 구체적인 분석, 수정 제안, 해결책을 적은 이 책은 세금이라는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는 방대한 영역에 학자와 시민이 실제로 접근하고 관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수정 시의 세율변동과 수령 가능한 세액을 측정하는 모의실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어떤 조정을 통해 현 세금체계의 부당함을 얼마만큼 바꿀 수 있으며 그렇게 했을 때의 세액 총액은 어떤지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냈다.

아울러 저자는 세금은 무엇보다도 정치적인 문제로 세금 제도와 운용은 각 계층의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한 대립을 낳는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세금은 사회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세금은 모든 사회보장과 공적제도 유지의 기반으로, 세금이 없다면 공공성도 없다. 이것이 세금문제를 특정 계층, 특정 직군의 손에 맡겨둬서는 안되는 핵심적 이유라는 것이다.

저자는 손쓸 수 없이 망가진 제도들은 폐기하고 일부 제도들은 수정·보완할 것을 제안한다. 이에 저자는 현 체제에서 여러 눈속임을 낳는 세율표에 대한 개혁을 제안했다. 현재의 세율표는 여러 공제가 적용되기 이전의 소득 구간별로 최대 적용될 수 있는 세율을 나타낸 한계세율로 표시된다. 세금을 어떻게 걷는지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납세자들에게 겁을 주려고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 세율표는 실제 누가 얼마의 세금을 내는지를 표시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누구도 이 세율표와 그 한계세율 세금구간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교묘한 눈속임을 동반하는 의도된 복잡성이라고 할 수 있다. 세율표를 한계세율이 아닌 실효세율로 표시하는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감으로써 이런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행정부가 세액 계산 결과를 독점하고 현행 제도의 실상을 어려운 세율표로 감추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으며, 무엇을 어떻게 바꿈으로써 얼마만큼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지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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