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中 북한식당 "조국, 배반한 동무 용서 않는다" 격앙속 술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0 15:05

수정 2016.04.10 19:21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평양식 냉면으로 유명한 북한식당 '옥류관'. 10일 옥류관 입구는 대북제재 이후 한국 관광객, 주재원 등의 발길이 끊기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평양식 냉면으로 유명한 북한식당 '옥류관'. 10일 옥류관 입구는 대북제재 이후 한국 관광객, 주재원 등의 발길이 끊기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 베이징=김홍재 특파원】 "조국은 배반한 동무들을 용서하지 않습니다."

10일 오전 중국 베이징 왕징 소재 북한식당 '옥류관'을 기자가 찾았을 때 입구는 한산했다. 평양식 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은 한국 관광객들이 베이징 방문 때 많이 찾는 북한 식당이다. 현재 1층은 내부 수리 중이었기 때문에 북한 여종업원들이 2층 식당으로 안내를 했다.

여종업원들에게 최근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13명이 한국으로 집단 탈출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처음에는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재차 물어보자 "조국은 배반한 동무들을 용서하지 않습니다. 관심 없습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중국내 북한 식당들은 이번에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식당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으로 탈출한 사건과 관련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이에 따라 추가 이탈자를 막기 위해 중국내 북한식당 종업원 등 소위 '외화벌이 일꾼'들을 대상으로 높은 사상 교육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북한식당 '옥류관' 내부에는 대북제재 이후 한국 관광객, 주재원 등의 발길이 끊기면서 중국인들만이 식당을 찾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10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북한식당 '옥류관' 내부에는 대북제재 이후 한국 관광객, 주재원 등의 발길이 끊기면서 중국인들만이 식당을 찾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여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옥류관 2층 식당에 들어서자 평소 주말에 손님들로 분빈다는 식당 안은 2~3개 테이블에만 중국 손님들이 있고 한산했다.

최근 대북제재 이후 식당 운영이 힘들어지지 않았느냐고 묻자 한 여종업원이 "한국 관광객 손님이 줄었다"며 "남조선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옥류관은 한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공연과 함께 냉면, 북한술 등을 판매했지만 최근 한국 관광객과 주재원들의 발길이 뚝 끊겨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정부의 북한식당 자제 권고와 함께 베이징에 나와 있는 한국 기업들도 본사에서 북한식당 출입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국계 은행 관계자는 "본사에서 북한식당 출입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이 와서 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옥류관의 여종업원도 최근 분위기를 감안한 듯 기자에게 "한국분이 이렇게 (북한)식당에 와도 되느냐"고 물은뒤 "오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에 1층도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연다"며 자주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북한식당 '옥류관'에서 판매하고 있는 고가 약재와 북한술.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북한식당 '옥류관'에서 판매하고 있는 고가 약재와 북한술.

베이징을 비롯 북한의 해외 식당들은 사실상 김정은 정권의 '현금 인출기' 역할을 하고 있는데 대북제재 이후 손님들이 발길이 끊기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옥류관에서도 평양냉면 외에 값비싼 건강약재와 고급술을 판매하고 있었다.
건강 약재라는 '안궁우황환'은 700위안(약 12만원)에, 건강술인 '록용주'는 1380위안(약 24만5000원), 안학궁술은 1280위안(약 23만원)에 각각 판매되고 있었다.

이번에 탈출한 류경식당 종업원들도 원래는 중국 지린성에 있는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영업부진 등의 이유로 수개월 전 닝보로 옮겨왔으나 대북제재로 식당 매출이 줄어드는등 압박감이 커지면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도 충실한 대북제재 이행 약속 이후 탈북자에 대해서도 강제 송환이 아니 '방관'과 '묵인'으로 돌아선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추가 탈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hj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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