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제윤경 비례대표 당선인은 20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들을 다시 사회의 품으로 돌려놓는 게 국회의원으로서 가장 큰 목표다. 죽은채권부활금지법은 그 시작"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 당선인은 금융의 약자인 서민들을 위한 '금융시민운동가'이다. 금융·재무 관련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를 창업했으며, 지난해에는 장기 채무 연체자들의 채무를 소각해주는 '주빌리 은행'의 대표를 맡았다. 20대국회 첫 의정활동의 목표는 서민금융을 갉아먹는 '악덕 채권자의 소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죽은채권'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 철퇴
'죽은채권부활금지법'(채권공정추심법 개정안)은 소멸시효가 지나 무효인 '죽은 채권'의 추심·양도 행위를 금지하는 게 주요 골자다.
민법상 채권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의 마지막 상환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시효가 소멸된다. 현행 '채권주심법 11조'에도 '무효이거나 존재하지 아니한 채권을 추심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를 금지해 소멸된 채권을 가진 채무자를 보호한다. 하지만 법이 현실을 따라 가지 못하고 악덕 채무자의 손에 서민들이 놀아나고 있다는 게 제 당선인의 판단이다.
그는 "현 채권추심법에도 죽은 채권에 대한 보호를 명시하는데도 불구하고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법률지식의 부족함을 악용, 죽은 채권을 살려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전화를 걸어 '돈 갚으라'고 말하면 채무자들은 당황해 무심코 "알았다"고 대답하는 순간, 채권자는 이를 녹취해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하는 증거로 제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같은 죽은채권에 대한 불법 추심행위가 대부시장 뿐만 아니라 덩치가 큰 제1금융권에도 성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제 당선인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권이 갖고 있는 죽은 채권만 3조원이 넘고, 이미 은행들은 재정건정성 확보를 위해 죽은 채권을 회계 장부에 상각처리했지만 여전히 죽은 채권에 대한 불법 거래와 탈법적 추심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일각에서 죽은 채권의 보호가 빚을 탕감받으려는 채무자의 '고의적'인 도덕적 해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제 당선인은 "도덕적 해이는 채권자에게 있다"고 잘라말한다. 금융기관이나 개인간 사금융 행위가 빈번한 한국 사회에서 채권자의 지위는 공고할 수 밖에 없고, 5년이면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돈을 받아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 다음이라는 것이다.
제 당선인은 "사적 계약에서 채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특히 2000년대 초반 카드 사태로 악성 채무를 지고 있는 사람들이 100만명 이상 추산되는데, 이같은 사회적 문제를 채무자에게만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 철퇴
그는 특히 죽은채권부활금지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국민행복기금에 대한 규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민금융 보호차원에서 장기연체 채무를 원금의 최대 50%(기초수급자는 70%)까지 감면해주는 '국민행복기금'이 오히려 채무자에 대한 추심을 남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제 당선인은 "은행에게 거의 공짜로 산 죽은 채권을 채무자에게 반값에 파는 방식"이라며 "실제,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에 대한 추심과 소송을 남발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기금을 주관하는 자산관리공사측은 "국민행복기금 자체가 정부의 업무로 정책적으로 판단돼야 한다"고만 말했다.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 전동현 사무관은 "기금 출범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매년 늘고 있고 약자에 대한 재활도 진행중"이라고 답했다. 추심과 소송 남발 주장에 대해선 "전혀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무분별하게 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제 당선인은 대안으로 국민행복기금의 '공적 기능'강화를 주문한다. 은행에게서 지분을 환수하고 주식회사 형태를 없애는 방안을 강조한다. 그는 "현재 국민행복기금의 가장 큰 문제는 이를 수익사업으로 보는 것"이라며 "수익성을 추구하면 무리한 추심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 당선인의 또 하나의 절실한 목표는 금융시장의 정상화이다. 법정 최고 이자율을 20% 미만으로 규제하는 '이자제한법', 채권 연체시 채권자와 채무자가 의무적으로 만나 채무 조정을 하는 '금융회사채무조정절차의무화법', 채무자 뿐만 아니라 채권자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beruf@fnnews.com 김호연 기자 이진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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