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20달러 지폐 앞면 모델로 흑인여성 인권운동가 터브먼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21 18:05

수정 2016.04.21 18:05

지폐 뒷면엔 잭슨 대통령
美, 20달러 지폐 앞면 모델로 흑인여성 인권운동가 터브먼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20달러 지폐(사진) 앞면에 실릴 초상을 제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에서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잭슨 초상은 지폐 뒷면으로 옮긴다.

이와 함께 10달러, 5달러 지폐 뒷면에도 수전 엔서니(1820~1906), 엘리자베스 스탠턴(1815∼1897), 루크리셔 모트(1793∼1880), 앨리스 폴(1885∼1977), 메리언 앤더슨(1902∼1993), 엘리너 루스벨트(1884∼1962), 마틴 루터 킹(1929∼1968) 등 여성참정권 운동가와 인종 등 차별에 저항한 인권운동가들의 초상이 새로 반영된다.

재무부는 오는 2020년 20달러, 10달러, 5달러 지폐 3종의 새 디자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2020년은 미국에서 여성 참정권이 보장된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새 20달러 지폐 앞면에 실릴) 터브먼의 용기와 헌신은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천했다"고 평가했다.

20달러 지폐의 새 주인공인 터브먼은 지난해 한 미국 여성단체의 투표에서도 선정된 바 있다. 그는 메릴랜드주 도체스터 카운티의 한 농장에서 노예로 태어났다.
농장에서 노예로 일하던 터브먼은 20대 후반 노예제도가 폐지된 북부 필라델피아로 탈출했다. 이후 여성과 흑인인권 운동에 투신했다. 그녀는 '지하 철도'라는 비밀조직을 만들어 1850년부터 10여년간 미국 남부의 흑인노예 300여명을 북부로 탈출시켰다. 1861년에 남북전쟁에도 참전했다. 전쟁 중에 간호사, 요리사로 일했고, 스파이로도 활동했다. 남부 군사정보를 빼내 북군 승리를 돕는 등 많은 공을 세웠다. 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전쟁후 연금조차 받지못했다. 터브먼은 그간 모은 돈으로 1908년 '해리엇 터브먼의 집'을 세워 흑인 정착과 자립을 도와줬다. 흑인 권리와 여성 평등을 위해 한평생 헌신하다 1913년 93세로 생을 마감했다.

이같은 지폐의 새 도안을 놓고 미국 사회는 많은 논쟁을 벌였다. 재무부는 지난해 6월 10달러 지폐 도안 인물을 여성으로 바꿀 계획이었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들과 금융권 등에서 10달러 지폐의 알렉산더 해밀턴 초대 재무장관은 미국 금융시스템의 초석을 놓은 인물이라며 재무부 계획에 강하게 반대했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누군가를 빼야한다면 잭슨 초상을 지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연준의 주장대로 10달러 앞면에 해밀턴을 그대로 두고, 결국 잭슨 전 대통령의 초상이 실린 20달러 지폐를 바꾸는 것으로 변경됐다.
잭슨은 미국 인디언 원주민을 탄압했다는 게 이유였지만, 그는 민간자본 중심의 현 연준 시스템이 비판적이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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