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핫'한 국내외 음악극을 소개하며 15주년을 맞은 의정부음악극축제가 오는 13~22일 의정부예술의전당을 중심으로 의정부 일대에서 펼쳐진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아트 앤 휴머니티(Art & Humanity)'. 인간다움과 멀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과 테러와 전쟁의 공포를 극복하는 인류애의 필요성을 음악극(공연예술)을 통해 제시한다.
개막작 '더 워(The War)'와 폐막작 '미싱(Missing)' 등 7개의 실내 초청작과 중국 호북성 경극원의 '손오공 이야기', 러시아 비로시잔시 인형극단의 '마법여행' 등 11개 야외 초청작, 35개의 자유참가작 등 80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개막작 '더 워'는 러시아 작품으로 영국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과 러시아 체호프 인터내셔널 씨어터 페스티벌이 제1차 세계대전 100주기를 맞아 공동제작해 지난 2014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초연됐다. 당시 유럽에서 촉망받는 유럽 출신의 블라디미르 판코프가 연출을 맡았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원작으로 전쟁의 상처가 있는 이들의 정신적 치유를 위한 사이코드라마로 만들었다. 악기 소리, 소음, 비명, 노래 등이 뒤섞이며 전쟁을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는 "전쟁은 전 세계와 모든 인간의 문제다. 갈라서고 싸우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며 "직접 전쟁을 겪은 민족이고 아직 분단 상태인 한국의 관객에게 와 닿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폐막작 '미싱'은 영국 게코시어터의 작품으로 현대인의 내적 결핍과 치유를 다룬다. 아밋 라하브가 이끄는 게코시어터는 다국적·다연령의 단원들이 다채로운 형태로 활동하며 시청각적으로 뛰어난 작품을 통해 세계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역시 기발한 움직임과 독특한 음악, 오브제가 돋보인다. 연출을 맡은 아밋 라하브는 "자신의 성장 과정과 부모님의 결별을 겪은 경험을 다룬다"며 "유년의 사건들을 우리 스스로 어떻게 기억하는지, 이러한 것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더 워'와 '미싱'에 대한 관객 이해를 돕기 위해 사전 강의도 열린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공연 30분 전에 각각 '예술로 본 인류의 전쟁', '예술로 본 현대인의 결핍'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설명한다. 공연이 끝나면 배우와 관객이 만나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 밖에도 공항에 표류하게 된 사람들을 소재로 한 브라질의 예술서커스 '바람구두를 신은 두 남자',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창작판소리 뮤지컬 '닭들의 꿈, 날다', 벨기에 음악서커스 '양들의 회전목마',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의정부를 배경으로 꾸민 '오페라 의정부 러브 스캔들', 중국과 일본까지 진출한 한국 대표 뮤지컬 '빨래'까지 총7개 실내초청작이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야외 초청작으로는 예술불꽃 화랑의 '화희낙락', 연희집단 The 광대의 '홀림낚시'. 음악극 달다의 신작 '닥터랄랄라의 이상한 병우', 극단 사니너머의 전통인형극 '날아라 이시미' 등 11개의 작품이 의정부예술의전당 야외무대에서 무료로 펼쳐진다.
아울러 15주년을 기념해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 전시와 경기도립국악단과 시민 200여명이 함께하는 공연, '공연예술축제에서 휴머니티를 논하다'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개막작 '더 워'의 프로듀서이자 체호프 인터내셔널 씨어터 페스티벌의 총감독인 발레리 샤드린은 "절대 화해가 불가할 듯 보이는 분열과 반목에 휩싸인 상황에서 예술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이자 실과 같은 역할을 해야만 한다"며 "연극, 음악을 통해 사람, 국가, 지역 간 장벽을 넘어 평화로운 열린 대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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