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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커피를 넣지 않고도 커피맛을 낼 수 있어요. 맥주 제조는 과학과 아트의 만남입니다."
서울 방이동에서 올해 초 수제(크래프트)맥주 하우스를 연 강태순 슈타인도르프 브로이 대표(사진)는 "맥주에 다른 향을 넣지 않고도 커피맛은 물론이고 각종 과일맛을 내는 프리미엄 에일맥주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며 이같이 힘주어 말했다. 강 대표가 수년간의 준비 끝에 직접 지은 슈타인도르프 브로이 수제맥주 전문점 지하에는 여느 기업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맥주 생산설비가 갖춰져 있다. 슈타인도르프 브로이(SteinDorf Brau)는 바로 앞에 있는 호수인 '석촌'을 독일어로 따온 것이라고 강 대표는 설명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 이들은 개인이 운영하는 하우스 맥주 전문점에 대규모 공장설비가 갖춰진 것을 보고 놀란다. 강 대표가 설립한 수제맥주 하우스는 기업 벤처형 모델을 닮았다. 다른 영세한 소규모 양조장과 달리 국내 크래프트 맥주업계 중 최대 규모인 지하 3층, 지상 6층의 시설을 갖췄다. 강 대표는 "브루마스터와 주방장, 더 나아가 매장직원들에게도 시간 날 때마다 '창의' '창조'를 강조한다"면서 "최근에는 맥주 제조를 독일 방식에서 미국 방식으로 바꿔보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 대표는 매장을 처음 찾은 고객들에게 직접 개발한 네 가지 맛의 맥주를 먼저 맛볼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서 만든 수제맥주는 '스타우트' '페일에일' '인디안페일에일' '바이젠' 등으로 모두 독특한 맛을 갖고 있다. 흑맥주인 '스타우트'는 아무런 첨가물을 넣지 않고도 커피맛을 내면서 올해 초 모 언론에서 실시한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일 스타우트.포터 부문)을 받았다. 또 바이젠은 독일 남부지방 전통맥주의 맛을 한 단계 높였다.
강 대표는 "보통 맥주는 필터링 과정에서 효모가 모두 제거되지만 이번에 자체 개발한 에일맥주는 1㏄ 당 100만 마리 효모가 살아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별도의 향을 가미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일향이 나는 맥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일부에서 과일향이나 레몬을 짜서 첨가하는 식으로 맛을 내지만 여기서는 고도의 기술로 맥아와 호프의 조화를 통해 본연의 맥주맛으로 향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이번에 개발한 맥주 제조법을 계량화,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앞으로는 누구나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슈타인도르프 브로이 매장의 입구에는 '우리나라 맥주, 이제는 자랑할 수 있습니다!'라는 전자식 입간판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 역시 강 대표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강 대표는 경남고, 서울대 상대와 행정대학원을 나와 40여년을 두산에서 몸담으며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강 대표가 수제맥주 사업에 나선 것도 '맥주 명가'였던 두산에서 반평생을 근무한 것이 인연이 됐다. 두산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맥주사업을 접었지만 어찌보면 강 대표를 통해 그 명맥이 이어지는 셈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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