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고객중심 경영으로 입사 10년만에 대표 올라서
"가까운 물체가 보이지 않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습니다. 모든 중년에게 눈앞이 환하게 보이는 '아름다운 순간'을 선물하는 게 목표입니다."
소효순 에실로코리아 대표(45.사진)는 9일 인터뷰 내내 "노안(가까운 거리의 물체가 잘 안 보이는 현상)이 있는 대부분 중년들에게 눈앞의 행복을 주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 대표는 지난 1일 한국인 처음으로 에실로코리아 대표에 선출됐다. 에실로의 각국 대표가 대부분 프랑스 국적인 점을 고려하면 입사 10년차인 그가 대표로 선출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에실로코리아는 지난 2003년 세계 1위 광학렌즈 제조업체 에실로와 삼영무역이 5대 5로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소 대표는 한국형 '고객 중심 경영'을 하라는 회사의 특명을 받아 한국법인 대표 자리를 꿰찼다. 지난 10년간 소 대표는 이 기업의 고객 서비스부문 매니저와 영업부장을 지내며 이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소 대표는 "지난 수년간 회사는 제품 라인 등을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이제는 고객의 목소리를 제품에 반영하고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반응하는 등 고객 친화적인 방법으로 한국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전략은 홍보"라며 "한국 고객에게는 생소한 누진다초점렌즈를 친근한 제품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사업이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누진다초점렌즈는 조절력이 감퇴해 원·근거리의 두 종류 안경이 필요하게 되는 경우 바꿔쓰는 불편을 피하기 위해 두 기능을 종합해 만들어진 기능성 렌즈다.
한국 시장에서 누진다초점렌즈 보급률은 전체 45세 이상 인구의 15% 수준이다. 국민 대부분이 누진다초점렌즈가 생소하기 때문이다. 반면 노안이 있는 프랑스인의 절반 이상이 누진다초점렌즈를 이용하고 있다 .
소 대표의 강점은 고객 관리와 영업 능력이다. 그가 10년 전 이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업계 종사자와 회사 내부에서는 그를 업계 문외한으로 취급했다. 그가 성공한 이유는 끈질긴 집념과 고객 중심적인 사고 능력에 있다.
소 대표는 영업부문에서 일할 때 회사에서 관리가 어려워 방치했던 강원도 오지지역, 전라도 등에 위치한 안경점을 직접 찾아갔다. 여름에는 수박까지 들고 전국의 안경점과 고객을 찾아갔다. 이러한 집념으로 한달 제품 매출이 30만원 나오는 지점을 300만원대로 10배나 끌어올렸다.
또 영업부장 시절에는 그가 상대하는 안경사들의 전문지식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안경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소 대표는 "고객들이 왜 우리 제품을 안 쓰는지, 안경점의 안경사 분들이 우리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끊임 없이 만나서 물어봤고 설득했다"며 "고객과 영업점을 수년간 끈질기게 관리하니 처음 전문지식이 없다고 '넌 못해'라며 비웃던 사람들이 이제는 '넌 해냈다. 믿는다'는 인정의 박수를 보낸다"며 기뻐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직원들을 이끈다. 소 대표는 "여성 대표로서 직원들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 '서로를 믿는 조직'으로 조직 문화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를 중심으로 직원들의 성과를 믿어주면서 불신을 없애고 직원 개개인이 최선을 다하도록 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소 대표는 이 기업의 제품을 '행복'이라 표현한다. 소 대표는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는 경영 방침을 바탕으로 렌즈를 만들어 판매한다"며 "렌즈의 기술과 사람의 눈이 만났을 때 최상의 조합을 만들어 고객에게 행복을 주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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