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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는 지금 '황영기 신드롬'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10 18:11

수정 2016.05.10 22:14

최신 트렌드 섭렵 '공부하는 회장'.. 금융시장 활력 불어넣어
빅데이터·블록체인 등 4차혁명 위한 변화 주문
로보어드바이저 활기 위해 비대면 계좌개설도 물꼬 터
현안 해결 맥 짚기 일가견.. 배우고 싶은 상사로 꼽혀
CEO들 "핀테크 긍정적"..임원들 "소통하는 리더"
#.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달 28일 파이낸셜뉴스가 개최한 제17회 서울국제금융포럼 기조강연에서 로보어드바이저와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핀테크 3대 핵심 기술이 새 먹거리로 떠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구글,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새 금융서비스가 금융시장을 변혁시킬 것이라면서 생존을 위해 금융투자업계가 하루빨리 변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시 행사에선 기존 금융의 판을 바꾸는 '금융의 4차혁명'에 대해 국내에서 이만큼 분석할 만한 사람이 흔치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비롯한 금융투자업계 수장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황 회장 강의에 열중했다. 김 사장은 스마트폰으로 강연 발표자료를 수시로 찍었고, 다른 주요 참석자들도 메모하는등 열의를 보였다. 행사 이후에도 몇몇 증권.운용사, 코스콤 등 유관기관들은 황 회장의 기조강연자료를 구해달라고 본지에 요청했다. 황 회장 자료를 받아간 미래에셋대우 스마트금융부는 로보어드바이저 등 향후 관련 사업부문과 접목해 서비스 확대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으며, 코스콤도 블록체인 등 금융 관련 IT분야의 최신 이슈 동향 파악과 관련 사업 추진에 활용할 계획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달 28일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서울국제금융포럼 기조강연에서 기존 금융의 판을 바꾸는 금융투자 4차혁명의 대변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달 28일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서울국제금융포럼 기조강연에서 기존 금융의 판을 바꾸는 금융투자 4차혁명의 대변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황영기 신드롬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은행, 증권, 펀드, 보험 등 전 금융업권을 두루 거친 황 회장이 풍부한 경험과 최신 트렌드까지 섭렵하는 등 '공부하는 협회장'으로 떠오르면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 4차혁명 방향 제시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은 지난해 2월 취임이후 로보어드바이저,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금융투자 4차혁명의 대변혁 방향을 제시하고 나섰다.

대변혁에 발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금융사의 미래가 불투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펀드 활성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선 등 금융투자업계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지난달 27일 열린 제3차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선 사모투자재간접펀드 도입을 역설했다. 사모재간접펀드로 공모펀드를 만들어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위해 현행 1100%로 제한된 증권사 레버리지 비율 상향 조정을 감독당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ISA의 경우 가입 대상 확대 등 세제혜택을 선진국 기준으로 완화해달라고 건의했다.

황회장이 이처럼 다양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상시 포럼, 세미나 등에서 강연을 직접 챙겨 듣는 '공부하는 협회장'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평가다. 사실 협회장의 일정이 많을 때는 하루 7~8개에 이르러 실무적인 분야까지 세세하게 챙기기가 쉽지 않다. 포럼 등의 행사에 참석하면, 황 회장은 발표자료를 스마트폰으로 찍고 질문을 하는 등 열심이다. 황 회장은 "내가 말하는 내용의 80%가 최근 2년새 보고 듣고 읽은 것"이라고 한다.

그가 강연에 나설 때 발표자료는 직접 챙긴다. 서울국제금융포럼 때엔 강연 전날 퇴근시간이 다 돼 관련 부서에서 원고 수정 요청이 오기도 했다.

바쁜 일정으로 강연에는 잘 나서지 않지만, 지난 3월 협회장 취임후 첫 대학생 대상 강연을 고려대에서 진행했을 때도 반응은 뜨거웠다. 당시 외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의 개별 질문이 이어지는 등 관심이 높았다.

■업계 활력 불어넣어

그는 올 여름 임기 절반인 반환점을 맞이한다. 그동안 금융투자업계 발전을 위해 비과세 금융상품 도입, 비대면 계좌개설, 모험자본 육성을 위한 사모펀드 규제 완화, 증권사 크라우드펀딩 활성화 지원, 부동산신탁사 도시정비 사업 단독시행 여건 마련 등 굵직한 변화를 이끌었다. 최근엔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를 위한 비대면 투자일임 계좌개설의 물꼬를 트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이같은 황 회장이 금투협 직원들에겐 두렵지만 배우고 싶은 상사로 통한다. 다양한 분야의 최고경영자(CEO) 전력과 카리스마가 뚜렷한데다 세부 업무내용을 실무자보다도 더 꿰고 있어 취임 초엔 두려움의 대상이 되곤 했다. 하지만 위기의 금융투자업이 나갈 방향과 맥을 짚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어 지적 자극을 주는 회장이란 의견이다.

경영경제 서적뿐 아니라 다방면의 독서도 그의 풍부한 지식의 기초가 되고 있다. 최근 사피엔스, 제국의 미래, 총균쇠 같은 빅 히스토리 책과 마션 등 과학소설까지 읽고 있다. 애독서는 사마천의 사기로 알려졌다.

정연대 코스콤 사장은 "핀테크에 있어 아직 나아가야할 길은 멀지만 불과 몇년 전과 비교해 많은 변화를 해왔고 긍정적인 방향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규 사장 역시 핀테크와 관련된 황 회장의 사견에 덧붙여 "초기 스타트업을 키워 상장으로 이어지는 성공사례가 나스닥 시장만큼 나올 수 있도록 업계가 한 뜻을 모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 대형 증권사 고위 임원은 "시장에서 바라보는 규제, 걸림돌 등에 귀를 열고 소통하는 자세에 점수를 주고 싶다"며 "어쨌든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움직임이 두드러져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임원도 "시장을 살리기 위해 쓴소리나 과감한 지적을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그나마 말을 행동으로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최근 몇년간 맥을 못췄던 증권업계를 일으켜 세우려는 노력을 치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강재웅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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