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특정 방송사의 압력 때문에 진척을 보이지 못한다는 뒷담화가 시중에 돌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방송사 눈치를 보느라 M&A 심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방송사는 자신과 견줄 만한 대형 방송사업자 탄생을 못마땅해하며 M&A를 반대한다고 한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가 7개월째 지지부진하자 시중에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뒷담화를 쏟아내고 있다. M&A 발표 초반에 찬반 입장으로 엇갈려 팽팽하게 싸우던 방송통신 업계는 모두 지쳤다.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더 이상 내놓을 논리도 없고, 주장할 기력도 없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늘어가는 게 뒷담화다. 뒷담화라는 게 늘 그렇지만 얼핏 들으면 말이 된다 싶지만 곰곰 따지고 들면 턱없는 소리가 대부분이다.
그럴 리가 있겠나. 경제검찰이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공정위가 특정 방송사의 논리에 휘둘려 기업의 M&A 심사를 좌우할 리가 있겠는가.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무료로 받아 서비스하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생명처럼 여기는 방송사가 자사의 이해에 어긋난다고 일반기업의 M&A에까지 압력을 넣고 말고 할 리가 있을까. 또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가 그렇게 허투루 쓰인다면 이를 관리·감독하는 우리 방송통신위원회가 손 놓고 있을 리가 있겠는가.
그런데 턱없는 시중 뒷담화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몇 가지 따져볼 것이 있다. 왜 이런 뒷담화가 무성하게 됐는지 말이다.
우선 공정위의 설명이 부족하다. 시장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심사를 진행하는 공정위가 심사 내용을 일일이 공개할 수는 없을 게다.
그러나 전 세계 방송통신산업의 일반적 사례에 비춰 이상하리만치 길어지고 있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 심사에 대해서는 중간 설명이 필요하다. 공정위는 비밀 첩보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 상식과 다르다면 응당 그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 투명한 정부의 자세다.
방통위 역시 국민의 재산이 아무렇게나 사용되는 일이 없는지 감독해야 한다. 또 그 감독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증명해줘야 한다.
방송사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국민의 재산을 공짜로 사용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방송사들이 쓰는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쓰면 족히 1조원 이상의 가치를 낸다. 그러니 방송사의 특권이 진정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쓰이고 있는지 수시로 감독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사실 기자도 궁금하다. 공정위가, 방통위가 정부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그래서 가끔은 시중의 근거 없는 뒷담화에 솔깃하기도 한다. 근거 없는 뒷담화에 휩쓸려 다니는 시간 낭비, 노력 낭비를 없애려면 정부가 투명해야 한다.
사실 그보다 먼저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정을 하지 않는 게 우선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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