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제주의 아름다움 속에 담긴 '중도'..이왈종 개인전

이다해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16 11:12

수정 2016.05.16 15:29

현대화랑서 4년만의 개인전 '제주생활의 중도'
동양화 작가 이왈종. /사진=현대화랑 제공
동양화 작가 이왈종. /사진=현대화랑 제공

"제주에서 제일 먼저 피는 꽃이 매화입니다. 옛날 선비들이 사군자 중에서도 으뜸으로 쳤던 것도 매화죠. 엄동설한에 꽃망울을 터뜨린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17일 개막하는 '제주생활의 중도(中道)' 전시회를 앞두고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만난 이왈종 화백(71)은 "이번 전시회 그림엔 특히 매화를 많이 그렸다"며 작품 설명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는 제주에서 이 화백이 마주하는 일상을 소재로 회화, 한지 부조, 목조각, 도자기 등 작품 30여점이 전시됐다. 전체적으로 화사한 색감의 꽃, 나무, 집, 사람, 동물들이 한가롭게 어우러져있다. 특히 화폭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꽃나무와 골프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다. 이 화백은 "내 그림은 추상이 아닌 구상이어서 보기도 이해하기도 쉽다"고 했다.

소재는 '제주생활'이나 주제는 '중도'다. 그는 "평상심, 치우치거나 비교하지 않는 것이 중도"라며 "인간과 만물은 똑같은 생명을 가진 존재이기에 동등하다.
내 그림에는 평등사상이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집, 자동차 꽃 등 모든 소재는 사람과 비슷한 크기다. 그는 "매화, 동백꽃, 수선화 등 꽃을 많이 그리는데 집보다 더 크게 그리기도 한다"며 "실제로 제주에서 피는 일년초 유카는 5m까지 자란다. 그 모습에 굉장히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 곳곳에 투각 기법으로 작업한 목조각들도 눈에 띈다. 그 중에서도 그는 한 손으로 땅을 짚고 물구나무를 선 비보이를 중심으로 동백꽃, 물고기, 새가 엉켜있는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비보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멋지더라고요.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마음도 있고. 요즘 젊은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잘 나가잖아요."
추계예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지난 1990년 5년만 작품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들어온 제주에 그대로 정착한지 27년째. 2013년에는 서귀포 정방폭포 인근에 자신의 이름을 건 왈종미술관을 열기도 했다.

그는 20년 가까이 제주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 미술교실을 열었고 지난 5년간 매년 3000만원씩 유니세프에 기부를 하기도 했다. '절대 자유의 세계' '인간과 자연의 평등이 이루어지는 세상'에 대한 추구는 그의 그림과 삶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이 화백은 "1년만 있다가 죽을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산다. 1년이 지나면 또 1년 있다 죽을거라는 생각을 반복한다"고 했다.
"일흔이 넘은 뒤로 이미 내 유통기한은 지났어요. 죽기 전까지 열심히 작품활동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전시는 내달 12일까지.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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