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영진위 지원중단 후폭풍..예술영화전용관 폐관 속출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17 16:16

수정 2016.05.17 16:16

지난 13일을 끝으로 폐업한 예술영화전용관 스폰지하우스 광화문 전경
지난 13일을 끝으로 폐업한 예술영화전용관 스폰지하우스 광화문 전경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시행해온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이 지난해 극장에서 유통·배급 지원 중심으로 변경된 뒤 전국 예술영화전용관이 잇따라 폐업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서 임대료 등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 서울지역 유명 극장부터 지역 유일의 전용관까지 줄줄이 경영난에 처해 한국사회 문화다양성을 지키는 한 축으로 자리매김해온 예술영화전용관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17일 예술영화전용관 스폰지하우스에 따르면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이 지난 13일부로 영업을 중단했다. 국내외 예술영화를 소개하고 관객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설립 취지에 따라 2007년 개관한지 9년만이다. 한국에도 많은 반향을 일으킨 일본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가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을 통해 소개된 작품들이다.

■경영난에 줄줄이 역사 속으로
경영난에 처한 예술영화전용관이 문을 닫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이 전국 극장가를 장악하고 급기야 예술영화 시장까지 뛰어들면서 상당수 전용관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에 앞서 개관한 스폰지하우스 압구정, 종로, 명동점과 종로 씨네코아, 대학로 하이퍼텍나다 같은 극장이 대표적이다.

살아남은 극장은 영진위의 지원 사업에 힘입어 명맥을 이어왔다. 영진위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화비디오법)에 따라 지난 2002년부터 매년 20곳 내외의 예술영화전용관을 선정, 지원해왔다. 이에 따라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보기 어려운 국내외 다양한 영화가 영진위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받아 운영되는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됐다. 영화비디오법은 국민의 문화생활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영화발전기금을 두고 영상문화의 다양성과 공공성을 증진하는 사업을 지원토록 했다.

문제는 영진위가 지원사업 규모를 줄인데 이어 지난해 7월 극장 중심의 기존 사업을 폐지하고 연간 최대 48편의 한국 예술영화를 선정, 마케팅 및 배급비용을 지원키로 하면서 빚어졌다. 가뜩이나 재정상황이 열악한 예술영화전용관이 지원금이 끊기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경남지역 독립예술영화관 거제아트시네마가 2014년 지원사업에서 탈락, 문을 닫은 것을 시작으로 강원지역 독립예술영화관 신영이 2015년 잠정 휴관했다. 같은해 대구에서는 동성아트홀이 문을 닫았다가 지역 독지가가 인수해 6개월 만에 재개관했다. 해당 극장들은 경남, 강원, 대구지역의 유일한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지역 문화갈증 해소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30일 영화팬들에게 잘 알려진 씨네코드 선재가 폐업한 데 이어 이달 13일에는 스폰지하우스 광화문까지 폐관한 것이다. 현재 멀티플렉스 계열을 제외하고 남아있는 예술영화전용관은 전국 30곳 남짓이다. 이들 대부분 경영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다양성 어디로..”
영화업계 관계자들과 영화팬들은 우려를 표한다.
올해 강원 춘천시에서 단편영화 상영관 일시정지시네마를 설립한 유재균씨(27)는 “춘천에는 극장이 CGV 2개 지점만 있는데 ‘더 랍스터’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 CGV에서는 상영하지 않아 볼 수 없었다”며 “예술영화전용관은 문화예술 향유자의 선택권과 문화 다양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가 진행하는 지원사업이 형평에 맞지 않은 형태로 변질된 게 안타깝다”며 “예술영화전용관 관계자들의 열정으로 많은 사람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스폰지하우스 광화문 개관 마지막 날 극장에서 만난 조수범씨(52) 역시 “다양한 색깔이 어우러져 발전하는 게 다원주의인데 우리 사회가 그런 색깔을 지켜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스폰지하우스와 같은 작은 극장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거대 영화사가 찍어내듯 만든 오락영화만 남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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