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1570쌍 군인 부부 복무, 20쌍이 한 부대에
육군 11사단에 근무하는 부부군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11사단 전덕호 대위(31)는 신혼여행만 생각하면 가슴이 무겁다. 중대장에 불과한 자신을 생각해 스스로 신혼여행까지 마다했던 아내 권영주 중사(27)에 대한 미안함이다. 전 대위는 이런 자신의 속마음을 한장의 편지에 담았다. 부대에선 듬직한 중대장이라도 가정으로 돌아갔을 땐 한없이 자상한 남편이고 싶은 게 전 대위의 바람이다.
"화려한 배경도 없는 나를 만나 힘들었지만, 잘 참아주고 항상 웃어주는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서로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합시다". 군인다운 편지다. 화려한 미사여구는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딱딱하다. 그래도 군인부부의 진솔함이 느껴진다.
육군은 '부부의 날'인 21일을 맞이해, 1570쌍의 부부군인이 육군에서 복무하고 있다며 이들의 사연을 20일 소개했다.
11사단 인사참모처 임형욱 대위(33)와 사단 예하여단 보안업무담당관 홍서희 중사(34) 부부는 부부이자, 조언자이고 멘토다. 부대의 현안을 잘 알다보니 서로 다른 관점에서 업무에 조언을 하기도 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코치를 해주기 때문에 임무를 수행할 때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는 게 이들 부부의 자랑이다.
군수사령부에서 근무하는 김윤산 소령(34)과 김정혜 중사(30) 부부는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다. 이 때문에 더욱 조심럽다. 자칫 자신의 사소한 행동이 배우자에게 비난의 눈초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하지 않는다.
김 소령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다 보니 서로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행동 을 더욱 조심하게 되고, 업무에도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론 '행복한' 하소연도 한다. "아내가 군인이라 봉급과 수당을 언제 얼마나 받는지 정확하게 알기때문에 여느 남편들처럼 '비상금'은 꿈도 못 꾼다"는 토로다. 그러나 얼굴엔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육군 관계자는 "1570쌍 중 20쌍이 11사단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이는 사단급의 부부 군인 숫자로는 전군에서 가장 많은 수"라면서 "예전에는 당연하게 별거를 감수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제도 개선으로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육군은 이처럼 부부 군인들이 가정의 행복을 지키면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정책'등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
육군에 따르면 부부군인은 결혼 후 5년간 배우자와 인근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다. 12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여군에게는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탄력근무제가 적용된다. 부부가 가사를 분담할 수 있도록 남군에게도 육아휴직 권한을 줬고 휴직을 하더라도 진급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휴직기간을 진급 최저 복무기간에 포함시켰다.
육군 관계자는 "앞으로도 부부 군인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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