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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문화 마케팅이다. 기업 경영 전반에 문화예술적 가치를 접목시켜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올라서기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다. 현재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과 최대 10년 이상 장기 파트너십을 맺어 문화예술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현대차의 글로벌 문화마케팅 중심에는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의 아트디렉터 이대형 차장(42·사진)이 있다. 제조업체에서 아트디렉터라는 직무가 낯설지만 그의 전직도 이채롭다. 이 차장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미술을 다양한 전시, 학술세미나, 출판 등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 소개해온 전직 큐레이터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국제관 커미셔너와 부산비엔날레 학술세미나를 기획했고, 프랑스 문화원이 주최한 '2014 비주얼 포커스 10개국 10인 큐레이터'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영국 테이트 모던 '현대 커미션', 미국 LACMA '현대 프로젝트' 등 현대차가 진행 중인 다양한 현대미술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큐레이터의 핵심이 늘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낸다는 점에서 저는 현대차 입사 전이나 지금이나 큐레이터라고 생각한다. 큐레이터와 기업의 마케팅이 잘 조화돼야 문화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전체적 밑그림을 그리는 큐레이팅이 앞바퀴로서 방향을 잡아주고, 이를 실행하는 마케팅이 뒷바퀴로 움직이는 이륜자전거와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에 입사한 계기에 대해 그는 "예술계에서 무엇이 '핫'한가를 찾기보다는 무엇이 '결핍돼 있는가를 찾아 그곳을 메우는 작업을 통해 예술계 전체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싶다. 이는 현대차가 문화예술계와 진행 중인 파트너십의 핵심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며 이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문화 마케팅에 공 들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그는 "소비자는 이제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만으로 만족하기보다는 그 제품에 입혀진 스토리, 나아가 그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누군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즉 그 제품을 소비하는 행태 자체가 그 제품에 입혀진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술은 제품에 입혀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브랜드가 100년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예술은 1000년 이상 지속되며 새로운 취향을 만들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다"며 "소비자들이 문화, 예술이라는 렌즈를 통해 현대차를 바라보게 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문화와 자동차는 예술과 기술이라는 점에서 다소 상충되는 부분도 있다. 예술은 언제나 파격을 통해 혁신을 이뤄내온 반면, 기술은 다양한 제약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파격적 사고에 다소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차 등 미래사회에 적합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문제해결 방식 등 모든 면에서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유연한 사고가 더욱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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