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케냐)=정지우기자] “코리아라는 나라는 잘 모르지만 너무 예쁜 교복을 줘서 고마워요. 열심히 공부해서 꼭 훌륭한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요”
서울에서 1만113km가량 떨어진 검은 대륙 케냐 나이로비의 한 빈민가 초등학교. 25일 오전(현지시간) 이곳의 학생 197명이 한꺼번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영어와 현지어가 한데 섞여 있어 정확한 뜻은 선뜻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기쁨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힘들지 않았다.
아이들은 이내 한 줄로 길에 늘어선 뒤 차례대로 교복과 스웨터, 행사복, 운동복을 받아들고 연필세트까지 주머니에 꽂아 넣으며 행복한 미소를 그대로 드러냈다. 검은 피부와 하얀 치아가 유독 잘 어울리는 웃음이었다.
환경부가 7년째 이어오고 있는 아프리카 오지 지원 행사장이다. 환경부 직원들은 이날 어린이들의 미소를 위해 자발적으로 7592달러(한화 약 911만원 상당)를 모아 선물로 마련했다.
선물은 제2차 유엔환경총회 환경부 대표단이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남광희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위원장은 “작은 지원이나 언제나 자신들을 응원해주고 지켜봐주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오늘 본 해맑은 웃음이 바이러스처럼 번져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물은 한국에서 공수하지는 않았다. 현지에서 구입하는 것이 환경부 봉사의 원칙이다. 아주 미약하지만 그 나라 경제에 도움을 주고 싶고 어린이들이 자국 제품을 사랑할 수 있는 계기를 주자는 취지다.
여기다 학생에게 한 벌이라도 옷을 더 주고 싶다는 생각에 수녀들이 원단을 직접 구입해 옷으로 만들었다.
케냐 나이로비는 유엔(UN) 기구들의 들어서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도시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빈부격차가 심한 곳이다. 때문에 끼니를 걱정하며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상당수다.
환경부가 찾아온 이곳 ‘프리셔스 블러드 아마니’ 초등학교 학생들도 그렇다. 대부분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부모의 경제적 여력 부족으로 길거리에 방황하는 아이들이다.
3년간 이 수녀원에서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미래의 꿈까지 만들어주고 있는 정율리에따 수녀는 “여기 학생들은 가정 사정이 너무 열악해 훔치고 속이는 일이 일상화돼 있다”면서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학교의 교육철학”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런 지원을 7년을 넘어 70년, 700년까지 계속할 생각이다. 선물을 받아든 아이의 해맑은 미소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행사에 함께한 현지 교민 김응수씨(73)는 “세 끼를 모두 학교에서 먹을 정도로 가난한 학생들에게 환경부가 4종의 단체복을 마련해준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며 “턱없이 부족한 책걸상 같은 학교기자재도 지원해 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j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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