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된 '환급보증' 선박건조 차질 생길 경우 선주들이 미리 낸 선급금 채권단에 반환 요구 가능
충당금 적립 제대로 안돼.. 환급 요청땐 타격 클 듯
충당금 적립 제대로 안돼.. 환급 요청땐 타격 클 듯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수순을 밟으면서 채권은행들에 18조원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이 골칫덩이로 부상했다. 법정관리로 조선사의 선박건조에 차질이 생길 경우 당초 선박을 발주한 선주들이 선급금을 채권단에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주 이후 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는 조선업 특성상 선주들은 건조 중인 선박을 담보로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회사로부터 보증을 받는다. RG는 조선사가 부도 나는 등 선박을 더 이상 건조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때를 대비해 미리 받은 돈을 금융회사가 대신 돌려주겠다는 약속이다.
■구조조정 조선사 RG 18조원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성동조선, 대선조선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5개 조선사의 지난해 말 기준 RG 규모는 17조9669억원이다. 법정관리행이 확정된 STX조선해양의 RG 규모는 1조48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달러화 11억5000만달러와 원화 기준 1200억원 등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은행권 신용공여액(약 23조원)의 절반 이상인 13조6000억원가량에 대해, 한진중공업도 1조4000억원가량 환급보증을 받은 상태다.
구조조정 중이라도 회생 가능성이 있는 자율협약 단계에서는 선박건조가 마무리될 수 있어 다른 채권에 비해 안정적인 것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법정관리에 진입하면 기업 청산을 고민해야 할 수도 있어 선주들이 환급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논의과정에서도 이 환급보증액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부 채권은행은 건조가 마무리된 선박 인도 이후로 법정관리 시점을 넘기자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문제는 성동조선이나 대선조선 등 자율협약 단계에 있는 다른 조선사들도 법정관리를 선택하면 금융사들이 감당해야 할 RG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선박건조 상황에 따라 그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법정관리 돌입시점도 주목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건조가 마무리되는 선박에 대해서는 선주들이 RG 환급 요청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성동조선이나 대선조선은 아직 법정관리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선주 환급 요청하면 채권은행 타격
해운사에 비해 조선사의 금융채무가 많지만 대부분이 RG라는 점에서 채권은행 입장에서도 손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 조선사들이 한꺼번에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채권은행들의 자본건전성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당장 대우조선과 한진중공업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신용공여액만 12조8000억원에 육박한다. 이 중 대부분이 RG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자본금(8조9000억원)보다 많다. 선박 인도가 임박했다면 기다리는 편이 나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선박건조가 언제 마무리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주가 채권단에 환급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다른 부채처럼 대우조선은 '정상', 중소형 조선사들은 '요주의' '고정' 수준으로 분류돼 있어 충당금 적립 규모가 크지 않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처럼 조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선주들이 환급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충당금을 많이 쌓아두고 있지는 않지만 자산 매각을 통해 회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 일각에서는 RG가 담보 있는 보증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금융채권과는 차이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법정관리나 청산절차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조선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하면 감당이 가능하고, 바로 청산절차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회수할 시간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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