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한미 재무학회 주요 강연자 인터뷰(3)] "정부 규제로 모든 걸 해결할 순 없어..기업 자율관리가 중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13 18:37

수정 2016.06.13 18:37

관련종목▶

돈 챈스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
도드-프랭크법 도입으로 시장 투명성 좋아졌지만 예보 등 청산기관 위험 커져
파생상품 대중화 됐지만 개인투자자엔 권하지 않아
기업도 투자 남발해선 안돼 철저한 리스크관리는 필수
돈 챈스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 사진=서동일 기자
돈 챈스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 사진=서동일 기자

"정부의 규제가 항상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

파생상품 및 리스크관리 전문가인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돈 챈스(Don Chance) 석좌교수는 "약한 규제를 선호한다"는 견해와 함께 이렇게 지적했다. 챈스 교수는 지난 2010년 만들어진 금융 규제·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을 예로 들었다. 그는 "도드-프랭크법은 시장의 투명성을 높였으나 그만큼 청산기관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위험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면서 "청산기관이 문제가 생길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챈스 교수는 "경쟁사회에서 규칙이 없다면 사기 피해자가 끊임없이 양산될 것"이라며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리고 업계의 '자기관리'를 주문했다. 그는 "미국 파생상품업계는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 등의 채널을 통해 여러 가지 규칙이 될 만한 기준을 세워 시장의 발전에 기여해왔다"면서 "업계가 적극적으로 자율규제에 나설수록 정부의 간섭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재무학회(KAFA)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지난 3일 서울 성균관로 성균관대에서 개최한 국제컨퍼런스에서 챈스 교수는 '한국기업들의 환(換) 위험관리'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챈스 교수는 "10년 동안 100여개의 비금융기업을 조사했더니 그들이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위험관리정책과 실제 행태 사이에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기업들이 외환파생상품을 이용해 위험을 헤지하는 것이 아니라 '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챈스 교수는 "기업이 스스로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이 좋은 위험관리정책의 첫걸음"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핵심역량에 집중하면서도 '리스크를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례로 항공사는 승객을 나르거나 짐을 안전하게 옮기는 일이 전문이지, 환율이나 원유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전문이 아니다"라면서 "따라서 파생상품을 이용해 환 헤징, 원유 헤징 등으로 자신이 감내할 수 없는, 통제 불가능의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챈스 교수는 "도드-프랭크법 이후 시장에 고무적인 변화들이 생겼다"면서 "과거에는 파생상품이 장외에서 일대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대중적인 플랫폼에서 누구나 파생상품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파생상품 거래가 더욱 투명해지겠지만 '런던고래(2012년 JP모간체이스가 파생상품거래로 거액의 손실을 낸 사건)'와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100% 문제를 포착해낼 수 있는 위험관리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핀테크에 대해서는 비우호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챈스 교수는 "빅데이터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우려되는 것은 기술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알고리즘을 활용한 자산운용사'로, 사람이 만든 통계방법론에 의존하는 일종의 컴퓨터 프로그램에 불과하다"며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 금융통계를 써왔지만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챈스 교수는 "그렇다고 금융자문가를 믿을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라면서 "로보어드바이저가 메릴린치 등으로부터 자문을 받는 것보다는 저렴한 컨설팅이지만 로보어드바이저에 활용되는 프로그램이나 모델도 결국에는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챈스 교수는 "사람들은 흔히 월스트리트의 탐욕을 비판하지만 실제 개인투자자들도 몹시 탐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얼마 전 미국에서 5억달러 복권 당첨이 큰 뉴스가 된 적이 있는 데 5억달러는 소규모 뮤추얼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의 종잣돈으로 쓸 수 있는 정도"라며 "복권은 당첨자를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돈 낭비'일 뿐이다. 따라서 탐욕을 접고 분산투자된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챈스 교수는 '교육'의 역할을 강조했다. 파생상품을 잘못 쓸 경우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 중 하나가 물이라고 했다. 매년 수많은 사람이 익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물을 겁내지 않는다. 사람들이 파생상품을 대하는 태도 역시 이와 비슷하다.
파생상품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그는 "개인투자자에게 파생상품 투자를 권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기업의 재무담당자에게는 파생상품을 통한 환, 이자율, 원자재 등의 위험관리를 주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방향에만 베팅하지 말고 기업이 노출돼 있는 리스크를 헤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물이나 전기처럼 파생상품도 잘 쓰면 유익하지만 남용할 경우 위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최승도 기자

돈 챈스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 ■약력 △루이지애나주립대 재무학 박사 △공인재무분석사(CFA) △버지니아공대 교수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 △KAIST 방문교수 △싱가포르국립대 방문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