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브렉시트 결전의 현장' 런던을 가다(2)] 反외국인 정서에 新고립주의로 '우향우'

김유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0 17:22

수정 2016.06.20 22:09

찬반 논쟁 격화"EU에 남아야 개혁 가능.. 떠나면 모든 게 끝난다" 캐머런, 주말 대국민 방송터키 EU 가입 여부 놓고.. 난민 확산, 세금 투입 반발 영국인 경제 악영향 걱정
【 런던(영국)=김유진 기자】 "유럽연합(EU)에 남으면 개혁을 할 수 있고, 개혁하기 위해 더 일할 수 있습니다. 떠나면, 다 끝입니다. 이미 떠나왔는데 뭘 하겠어요. 끝이라고요."

모두가 새 일주일의 시작을 준비하는 일요일 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공영방송 BBC에 등장해 영국 국민들을 향해 이렇게 호소했다.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지만 사실상 투표 전 마지막 대국민 호소임을 의식한 듯 잔뜩 힘이 실렸다.

영국은 EU 안에 있으면서도 유로 대신 단일 통화(파운드)를 쓴다. EU 역내 자유로운 통행권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에도 가입돼있지 않다 보니 영국에 입국하려는 모든 사람을 심사하고 입국을 거부할 권한을 가진다. 이런 부분은 EU 내에서 영국만이 갖는 특이점이다.

캐머런 총리는 19일(이하 현지시간) 방송에서 "불가역적(irreversible)인 결정에 표를 던지지 말라"며 영국 국민들을 설득했다.


'EU에서 나가는 것은 우리 마음이지만, EU에 다시 들어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만큼 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달라'는 호소였다.

■'터키의 EU 가입' 놓고 설전

조 콕스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 추모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브렉시트 선거운동이 재개된 이날 캐머런 총리를 비롯해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과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과 나이절 패라지 영국 독립당 대표 등은 각각 TV 방송에 출연해 탈퇴와 반대를 지지하며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섰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밤 BBC 특별 편성 프로그램 '질문의 시간(Question Time Special)'에 출연해 영국의 EU 잔류 지지를 주장했다.

방송에 참여한 방청객들은 특히 난민 유입 문제를 예로 들어 캐머런 총리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터키의 EU 가입 문제도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방청객 마이클 틴데일이 "터키가 EU에 들어오려 하면 반대표를 던질 것이냐"고 묻자 캐머런 총리는 "(터키 이슈는) 논의를 흐리는 문제(a red herring)"라며 "터키가 향후 30년 내 EU에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를 영국 내에서는 물론 유럽 내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터키의 EU 가입문제는 최근 브렉시트 논쟁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바 있다.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난민문제로 고심하는 터키가 EU에 들어올 경우 삽시간에 유럽 전역으로 난민 문제가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인 '보트 리브(Vote Leave)'의 매튜 엘리엇 대표는 "캐머런 총리는 터키의 EU 가입을 반대하겠다는 답은 끝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EU가 최근 캐머런 총리와 터키의 대화를 추진해오고 있으며 영국은 터키의 EU 가입을 지원하는데 10억파운드의 국가 세금을 투입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방송에서 캐머런 총리는 터키의 EU 가입문제나 영국군이 EU 군사에 가입하려 한다는 주장, 영국이 EU 기여금으로 매주 3억5000만파운드를 내고 있다는 브렉시트 진영의 주장을 언급하며 "사실 무근인 이 세 가지 주장 때문에 우리 경제와 일자리 전망을 망친다면 비극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렉시트 논쟁 키운 英 고립주의

브렉시트는 영국식 고립주의를 일컫는 또 다른 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적지 않은 영국 국민이 터키의 EU 가입에 탐탁지 않은 것도 이 고립주의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는 일로 여겨진다.

유럽 대륙에서 한 발짝 떨어져 '영광된 고립(splendid isolation)'을 추구하려는 섬나라의 특성이 이번 브렉시트 논쟁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이 EU에 속해있긴 해도 통화문제나 이주민 유입문제 등은 EU 정책과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처음부터 완벽한 EU 일원이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진영에서는 통화로 파운드를 사용하지만, EU에 속한 회원국이기 때문에 유로존 위기 발생시 금융지원을 해야 하는 점 등에 불만이 크다.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EU 분담금, 이민자 급증으로 인한 실업률 상승 등 경제적인 이유도 브렉시트 찬성 진영에 힘을 보탠다.


특히 지난해에는 유럽 내 난민문제가 심각해졌고, 파리.브뤼셀 테러 등을 코앞에서 경험하며 영국 내에서도 공포감이 커졌다.

'대영제국' 자부심으로 충만한 영국인들이 프랑스.독일이 주도하는 유럽연합 체제를 불편하게 여기는 점도 브렉시트 향배를 가를 만한 요인이다.


영국의 EU 탈퇴가 이주민 유입을 줄이고, 젊은층의 일자리 증가 등을 가능하게 할 것이란 전망이 영국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면서 이틀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july20@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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