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역 이기주의에 나라 흔들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0 17:28

수정 2016.06.20 19:47

신공항 후보지 결정 이후 갈등·분열 확산 우려삼척원전, 고양 행복주택, 사드 구축에 악영향
동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20일 부산·경남지역과막판 대구·경북지역 시민들이 여론몰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부산 광복로에서 열린 가덕도 신공항 유치 기원 결기대회
동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20일 부산·경남지역과막판 대구·경북지역 시민들이 여론몰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부산 광복로에서 열린 가덕도 신공항 유치 기원 결기대회

대구 신천동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밀양 유치 성공을 위한 대정부 결의문 선언 장면.
대구 신천동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밀양 유치 성공을 위한 대정부 결의문 선언 장면.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가 임박하면서 수면 아래 잠복했던 각종 지역 이기주의가 대한민국 국론분열을 조장할 조짐이다.

이번 신공항 입지 논란은 수익성이 있는 사업을 특정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대표적인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PIMFY) 현상으로 꼽힌다. 기존에 핵시설이나 쓰레기매립장 등 혐오시설만큼은 절대로 내 고장에 둘 수 없다는 님비(Not In My Back Yard·NIMBY) 현상이 지역갈등을 조장해오다가 최근 두 가지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낳을 것이란 우려다.

2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신공항 용역 결과가 이번 주에 공개될 것으로 유력한 가운데 후보지 선정 결과에 상관없이 국론분열 현상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동남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가 임박했지만 발표 일정이나 방식마저 철저히 베일에 싸인 탓에 정가와 후보지역을 중심으로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부산에선 영남권 신공항 유치가 좌절될 경우 민란이 일어날 것이란 소문이 횡행한 가운데 대구.경북.경남 등의 '반(反)부산' 영남권은 연일 설전을 통해 부산의 행보를 비난하고 있어 선정 이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공항 입지로 가덕도가 적격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정부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용역 추진을 촉구했다.

대표적 핌피현상의 사례인 신공항 유치 논란은 현재 잠복 중인 각종 님비현상 사례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지역 이기주의 논란이 확대.재생산될 가능성이 심회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사업이 확정된 강원 삼척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과 경기 고양 장항동 행복주택 건립계획을 비롯, 후보지 검토에 돌입한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이 대표적이다.

삼척 원자력발전소와 고양시 행복주택 건립계획은 이미 확정 발표된 사안이다. 그러나 이번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결정 이후 영남권 내 갈등과 분열이 확대 재생산될 경우 발전소와 행복주택 건립계획에 대한 해당 지역 주민의 불복 사태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익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드 구축을 위한 후보지 선정도 결국 이런 지역 이기주의 바람을 타고 예상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 주민과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져 표류할 공산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님비·핌피 현상의 회오리가 우려되는 가운데 대규모 국책사업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원칙을 세워야 하고 그 원칙을 끝까지 적용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원칙은 일방적인 게 아니라 이해 당사자가 동의할 수 있는 원칙을 세워야 하며 아무리 반발이 있다 하더라도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경민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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