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브렉시트 국민투표 D-2] 파운드화 가치 급반등했지만.. 세계금융시장 변동성 최고조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0 17:39

수정 2016.06.20 22:10

브렉시트 공포 '멈칫' 엔高도 7일만에 멈춰아시아증시 웃었지만...
[브렉시트 국민투표 D-2] 파운드화 가치 급반등했지만.. 세계금융시장 변동성 최고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예측 불가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2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는 애초에 정치적 성격의 이벤트다. '정치'가 끼어든 금융시장은 변동성을 더 키우고, 예측 또한 어렵게 만든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 투표를 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캐스팅보트를 쥔 것은 유권자의 10%인 부동층이다. 부동층의 향방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는 들쑥날쑥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현재 브렉시트 찬반 여론이 44%로 동률이라고 했다.
그만큼 브렉시트 판세가 안갯속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영국의 선택'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상당수 자금은 이미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했고, 주요국들은 유동성 공급 등 비상 대응에 착수했다.

■금융시장 변동성 최고조

20일 FT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브렉시트 여론조사 결과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날 EU 잔류 응답자 비중(45%)이 탈퇴 지지(42%)를 3%포인트 앞선 결과가 나왔다. 지난 16일 영국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 피습 사망사건 직후 분위기 반전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도 틀어놓았다.

영국 파운드화는 급반등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한국시간) 현재 파운드화는 전날보다 1.71% 급등한 1.460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4일 1.4114달러까지 하락했던 파운드화가 3% 이상 반등한 셈이다. 파운드화의 변동성지수도 1주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로화 가치는 장중 유로당 1.1380달러로 0.7% 이상 올랐다. 지난 3일(1.1367달러) 수준까지 회복한 셈이다. 일본 엔화도 7일 만에 상승세가 멈춰섰다. 브렉시트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는 소식에 엔화 매도세가 일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4.66엔으로 0.4% 상승했다. 하지만 하락폭은 제한적이다. 여전히 엔화는 1년10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지난 16일 일본은행의 통화완화 동결 결정 이후 엔화는 3% 가까이 급등했다.

FT는 "23일 브렉시트 투표 결과 직전까지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최고조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만에 하나 있을 브렉시트 후폭풍에 대비, 비상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브렉시트 진원지인 영국 중앙은행(BOE)은 지난 14일 시중은행에 24억5500만파운드(약 4조1000억원)를 푸는 등 유동성을 긴급히 공급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날인 22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으로 자금 공급을 개시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고 대비하더라도 브렉시트 공포를 차단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이미 상당한 위험투자 자산은 영국 런던 금융가를 빠져나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영국의 주식형펀드에서 지난주 11억달러를 빼냈다. 10년 새 두 번째 기록이라고 전했다. 특히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파운드화는 1.20달러 밑으로 폭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10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브렉시트는 영국과 EU에 중대한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갈라진 영국, 캐머런 총리 사퇴 압력

브렉시트 논쟁은 영국을 둘로 갈라놓았다. 찬반 진영의 구호가 거칠어지고,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는 분위기다. 박빙의 차로 부결되더라도 영국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사퇴 압박 등 상당한 후폭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BBC 특별 프로그램에 출연, "EU 탈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터키가 곧 EU에 가입한다거나 영국이 유럽군에 가입해야 한다는 잘못된 정보로 유권자를 속이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캐머런 총리는 한 청중으로부터 "히틀러에게 협조한 네빌 체임벌린 전 총리와 닮았다"는 노골적 비판을 받았다. 체임벌린 전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에게 협조하는 등 잘못된 정책을 결정한 인물이다. 이에 캐머런 총리는 "나는 윈스턴 처칠이 히틀러와 싸우기로 결정한 문서가 있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처칠은 유럽과 끝까지 싸웠지만, 유럽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임박해지면서 이를 촉발한 캐머런 총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는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보수당 공약으로 내세워 총리직 연임에 성공했다. 국민투표로 인해 영국 내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그 원인으로 캐머런 총리가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공약이 오히려 부메랑이 된 셈이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영국민의 캐머런에 대한 분노가 그가 잔류 지지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문제에 대해 대중을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브렉시트 투표가 결과와 관계없이 정치.경제적 위기를 불러 온 캐머런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캐머런은 바로 사퇴할 수도 있다"며 "충격적인 결과가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그의 입장을 잊도록 만들기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인 '보트 리브' 대표인 매튜 앨리엇은 "캐머런 총리는 이민자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자신의 공약을 지킬 방안에 대해선 어떤 설명도 하지 못했다.
영국 국민이 더 이상 캐머런 총리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여론조사와 여러 정보를 종합하는 베팅업체들은 'EU 잔류' 쪽에 더 높은 배당률을 걸고 있다.
최대 베팅업체인 베트페어는 'EU 잔류' 가능성을 65%로 보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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