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차장칼럼] 늘어나는 가계빚, 집단대출은 문제 없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1 17:14

수정 2016.06.21 17:14

[차장칼럼] 늘어나는 가계빚, 집단대출은 문제 없나

올 초에 10년간 보유했던 경기도에 있는 초소형 집을 팔았다. 집 한 채로 무슨 재테크냐는 핀잔을 주위에서 들었다.

가진 게 없을수록 재테크를 잘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도박을 했다. 그래도 내 나름의 근거는 있었다. 글로벌 경기의 더딘 회복과 함께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시장에 돈은 많이 풀렸지만 근본적으로 경기회복은 요원한 것처럼 보였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대로 예상됐다. 분명 자산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자신했다.
우리 경제가 일본처럼 장기침체의 터널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많았다. 우리 경제의 저성장은 돌이킬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 서울 대치동에 거주하는 지인에게 연락을 받았다. 아내가 요즈음 서울 시내 아파트 분양에 관심이 많다며 현재 기자가 전세로 사는 동네는 향후 투자가치가 있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강남 아파트 분양은 비싸니까 강북에 전망이 좋은 지역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인의 아내뿐 아니라 그 동네 아줌마들의 분위기가 그렇다고 전했다.

곧 70대에 접어드는 노모도 최근 조용히 불렀다. 집을 파는 게 아니었다고 핀잔을 줬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를 건데 어떻게 할 거냐며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한마디 보탰다. "시장에 돈이 넘쳐나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많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경제에 관심도 없는 어머니도 돈이 많이 풀렸으니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할 거라는 말씀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계셨다.

초저금리가 되면서 시장에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만 몰리고 있다.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앞두고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있다. 투자 확대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문제는 초저금리 시대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12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은 많다. 정부는 위기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올 초 여신심사제도를 개편했다. 대출을 받으려면 소득을 정확히 증명해야 하며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구조다. 하지만 집단대출과 2금융권은 제외됐다. 당시 정부부처 간의 이견이 심했다고 알려졌다.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금융위원회는 집단대출도 여신심사제도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일부 부처는 경기부양에 악영향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분양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중도 포기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빚에 허덕이는 가계뿐 아니라 건설사와 금융사 역시 위기상황을 맞을 수 있다.
정부는 분양권 불법전매 단속 등을 강화해 과열된 분양권 시장에 제동을 걸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한시적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


집단대출도 여신심사제도의 적용을 받게 해 묻지마식 부동산 투자에 쏠리는 자금을 막아야 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금융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