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저성장 헤쳐나갈 미래 리더, 재계 뉴리더들]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범현대가와 손잡고 면세점 유치 성공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2 18:50

수정 2016.06.22 18:50

'외유내강 경영'
20세기 세계 경제사에서 고성장의 대표적인 나라였던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파고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파괴된 6·25전쟁의 잿더미 속에서도 온 국민의 일치단결로 눈부신 경제발전의 꽃을 피웠지만 선진국 문턱에서 주춤하고 있다. 과거 50년간 우리 경제를 고도성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는 추동력을 잃어가면서 근본적인 혁신의 기로에 섰다. 기업들도 '파괴적 혁신'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경영환경에 직면해 있다. 지난 1월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화두도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디지털과 융합에 기반한 유비쿼터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유전공학 등 새로운 산업들이 경제질서를 주도할 것이라는 데 세계의 리더들은 깊이 공감했다. 국내 10대 그룹도 하나같이 올해 경영화두는 '변화와 혁신'으로 정했다. 그리고 한국 경제의 미래와 새로운 경제질서를 이끌 차세대 재계 리더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혹독한 경영수업을 거쳐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창업주나 선대 회장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미래 한국 경제를 대표할 차세대 재계 리더 7명의 면면을 조명해 봤다. <편집자 주>

[저성장 헤쳐나갈 미래 리더, 재계 뉴리더들]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범현대가와 손잡고 면세점 유치 성공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올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9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보다 두 단계 상승한 순위다. 포브스 아시아판은 "싱가포르 창이공항 아웃렛과 서울 시내면세점 등 호텔신라의 주요 사업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장은 유연하면서도 강한 '외유내강' 형식의 경영을 해왔다. 남성 경영자보다 통이 크고 협상력도 유연하다는 게 이 사장을 가까이서 지켜봐온 측근들의 이야기다.

이 사장은 지난해 3월 정기주총 때 왼발에 깁스를 하고 나타났다. 오른발은 구두를 신고 정장 원피스를 입었지만 왼발에 깁스를 한 채 주총장에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여성으로서 공개된 석상에서 깁스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 법도 하지만 이 사장은 개의치 않았다.

이 사장의 경영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은 지난해 서울 용산 HDC신라면세점 유치과정에서였다. 이 사장은 지난해 2월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 공고 때 '범 현대가'의 현대산업개발과 동맹을 맺고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대형 주차공간.영화관.백화점.대형식당이 함께 있고 시내면세점의 고질적인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에 신라면세점의 운영노하우를 결합하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합작이었다. 이 사장은 지난해 7월 관세청이 진행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기업별 프레젠테이션(PT) 현장을 직접 찾았다. 이날 발표를 맡은 양창훈.한인규 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 등에게 "잘 되면 다 여러분들의 덕이고 그렇지 못하면 제 탓"이라고 이 사장은 격려했다.

이 사장의 책임경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사장의 적극 지원 속에 HDC신라면세점은 최근 루이비통.디올.펜디.불가리 등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 그룹의 20여개 브랜드 유치에 성공했다. 이 사장을 비롯한 HDC신라면세점 임원들의 끈질긴 설득 속에 LVMH 입점이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장은 한국을 방문한 아르노 LVMH그룹 회장 일행을 만나 용산 면세점 입점을 적극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이 사장은 서울 장충동 한옥호텔을 4전5기 끝에 서울시 건축허가를 받아내는 등 끈기 있는 경영스타일도 보여줬다.


호텔신라는 2011년 처음 한옥호텔 건축안을 제출한 후 두 차례 반려와 두 차례 보류 판정을 받았다. 2012년 7월과 2015년 3월에는 도시계획위원회 상정 전 반려됐고, 2013년 7월과 올해 1월에는 자연경관과 역사유적 보호가 강조되며 보류됐다.
하지만 이 사장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국내 첫 한옥호텔 인허가를 받아냈다.

김경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