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영국 시민들 '달러 환전' 급증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영국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의 유동성을 점검하는 등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비상조치 중이다. 뱅크런(예금 대량인출)과 같은 돌발 사태에 대비, 금융업계 주요 직원들은 23일 투표와 개표시까지 비상 대기하고 있다.
FT는 "파운드화가 폭락할 것에 대비해 유로와 달러로 환전하려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상당수 영국 국민들도 만일의 사태(브렉시트)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지난주부터 27억 파운드(약 4조6000억원)를 시장에 풀었다. 이날 영국 우체국에 따르면 21일 환전액이 지난해 같은 날보다 74% 증가했다. 환전업체 트레블엑스는 같은 날 온라인 환전 주문이 전주보다 30%나 늘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폭풍전야의 분위기다. 긴장감이 정점에 치닫고 있다. 금융시장은 희망하는 바인 'EU 잔류' 쪽으로 기대하고 있다. 22일 영국 파운드화가 지난해 12월말 이후 최고 수준(파운드당 1.4844달러)으로 급등한 게 이를 보여준다. 현재로선 브렉시트는 '만일의 사태'다. 주요 7개국(G7)은 브렉시트발 금융시장 충격에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G7 재무장관들은 브렉시트 관련 긴급 성명서를 마지막으로 다듬고 있다. 일본 정부도 급격한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한 간접적인 외환시장 개입 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브렉시트가 확정되면 일본은행이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28~29일)에 앞서 임시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땐 엔화는 달러당 100엔대가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급격한 엔고다.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중앙은행들은 유동성 충격에 대비해 통화 스왑 등의 조치로 달러 비상 공급에 나설 방침이다.
■'영국의 선택' 시계제로…막판까지 혼전
영국 국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금까지 여론조사로는 예측이 무의미하다. 브렉시트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양분돼 있어서다. 결국 '영국 경제'인가, '영국의 자주권'인가의 정치적 선택이다. 지금껏 어느 여론조사 기관들도 이 두 명제에 대해 명쾌하게 이렇다할 방향성을 내놓지 못했다. 브렉시트 투표의 방아쇠를 당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조차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날 온라인 여론조사업체 TNS가 영국 전역에서 성인 23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EU 탈퇴가 43%로 EU 잔류(41%)보다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또다른 여론조사업체 오피니엄이 3011명에게 물어본 조사에서도 EU 탈퇴(45%)가 EU 잔류(44%)보다 1%포인트 앞섰다.
이는 지난 16일 EU 잔류 지지파인 조 콕스 하원의원 피습사건 이후 민심이 'EU 잔류'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본 것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EU 잔류 의견이 EU 탈퇴보다 3% 포인트 이상 앞섰다. 이런 추세가 또다른 여론조사에선 확인됐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더타임스의 여론조사에선 'EU 잔류' 응답이 51%로 탈퇴(49%)보다 2% 포인트 앞섰다. 또다른 조사에서도 EU잔류가 5%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JP모건 등 대형 투자은행들도 2%포인트 차이로 EU 잔류를 예측하고 있다. 베팅업체들은 EU 잔류쪽에 베팅하고 있는데, 최고 78%로 배당률을 끌어올렸다.
박빙의 여론조사 추이로 브렉시트 결과를 예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실상 유권자 중 10% 정도로 추정되는 부동층, 브렉시트 찬반 성향이 다른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투표율이 브렉시트 여부를 가를 주요 변수다. 이날 마지막 유세에서 캐머런 총리는 "영국이 EU에 남아야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며 부동층의 EU 잔류 지지를 호소했다. 여기에 맞서 브렉시트 찬성 진영을 이끄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우리가 민주주의와 이민 정책에 대한 주권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며 브렉시트가 곧 주권 회복이라고 주장했다.
브렉시트 여부를 떠나 브렉시트의 후폭풍은 유럽 사회에 전반에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양분된 영국의 갈등, 보수당 정권 퇴진 압박, 밀려드는 이민자 문제, 줄어드는 일자리, 경제성장 둔화, EU국가의 또다른 이탈 기류, EU 공동체 시스템에 대한 변화와 개혁 요구 등 영국 사회는 물론, EU도 큰 숙제를 안게 된다. 브렉시트 투표권을 가진 영국 국민은 4650만명이다. 이들은 '영국이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남는다' 'EU를 떠난다'는 두 가지중 하나를 선택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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