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6월 21일 국회 연설에서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2012년 11월 출간한 저서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에서 "경제민주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거대경제세력(재벌)이 나라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독재자가 나라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민주헌법이 있듯 거대경제세력이 나라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경제민주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도 자신의 주장인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대기업 견제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무슨 의미인지 애매했던 경제민주화를 국민들에게 쉽게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설이었고, 그런 뜻이라면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의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김 대표는 "현 정부가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세워 집권했지만 경제정책 기조에서 경제민주화가 사라진 것은 대통령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경제민주화를 통해 포용적 성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구체적 실행방안으로 '재벌 의사 결정 민주화'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를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고,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모든 경제세력들이 공정하게 시장경제에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포용적 경제성장도 우리 경제가 직면한 문제들의 극복에 필수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김 대표의 말처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없애 검찰 권력으로 경제민주화를 이룩하고 정부가 만든 제도적 장치를 통해 모든 경제세력이 기여하는 포용적 성장을 하려는 것이었다면,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내세운 경제민주화가 좌절된 것이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권위주의적이라고 비판받는 정부가 거대경제세력을 지배하고, 모든 경제세력이 성장에 참여하도록 규제하는 장치까지 갖는다면 재앙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아쉽게도 김 대표의 경제민주화에는 소비자가 보이지 않는다. 거대경제세력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이 대기업 횡포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 어찌 보면 소비자들이 중소기업 상품을 믿지 못해 재벌의 상품에 기대게 된 것도 재벌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 원인이다. 따라서 중소기업 상품도 믿을 수 있도록 소비자보호를 제대로 하고 불필요한 인허가 등으로 인한 대기업의 독과점 특혜를 없애 소비자들의 선택 범위를 넓혀 주는 것이 정부가 우선 할 일이다. 정부가 재벌 견제한다며 소비자 선택을 대신해 중소기업 시장을 마련해주겠다는 발상은 무모하다. 경기진행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심판이 플레이어로 뛰겠다는 것인가?
경제법, 특히 논란을 수반하는 시장경제이론에 바탕을 둔 공정거래법 집행을 형벌의 잣대로 규율하겠다는 것도 그렇지만,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없애도 기소독점권을 갖는 검찰에 그 권한을 넘기는 데 불과하다. 차라리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포상제를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과 위법성 등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을 통해 손해배상을 손쉽게 하는 것이 다수 시장참여자들에 의해 시장을 감시하고 경제민주화를 이룩하는 길이다. 거대경제세력 견제도 정부가 직접 하기보다 시장과 경쟁, 그리고 소비자들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yisg@fnnews.com 이성구 fn소비자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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