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임헌문 매스 총괄사장
CEO 바뀌는게 가장 중요.. 휴일근무 직원 모니터링
해당 상사에는 강력 경고.. 보육시설에도 적극 투자
여직원들 육아 걱정 덜어
CEO 바뀌는게 가장 중요.. 휴일근무 직원 모니터링
해당 상사에는 강력 경고.. 보육시설에도 적극 투자
여직원들 육아 걱정 덜어
7월 1일부터 일주일 동안 우리나라 '양성 평등 주간'이 시작됐다. 원래 '여성주간'이던 것이 지난해 '양성평등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이름을 바꿨다. 이렇듯 '남녀 평등'을 기치로 내건 이번 정권의 국정과제는 단연 '일.가정 양립'이다. 그동안 남성은 일, 여성은 육아에 쏠려있던 성 역할을 탈피해 균형을 맞추자는 의미다. '맞벌이'에서 나아가 '맞살림'하자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일·가족 두마리 토끼를 잡자고 나선 '대기업 사장님'들이 눈길을 끈다.
■'칼퇴' 권하는 사장님들
"쇼윈도 부부라고 있다. 남의 눈을 의식해 겉으로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남만 못한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를 뜻한다. 더 심각한 것이 쇼윈도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일에만 올인할 수밖에 없는 회사 분위기, 근무환경 탓에 우리 사회는 지난 수십년간 쇼윈도 가족을 양산해왔다."
가족친화인증기업 KT에서 마케팅.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임헌문 매스 총괄 사장(사진)의 일성이다. 임 사장은 "회사에서 잘나가는 아빠이자 남편, 사회에서 승승장구하는 엄마 혹은 아내지만 그럴수록 가정에서는 남보다 낯선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지난 시절 우리의 모습이었다"면서 '일.가정 양립'의 가치를 돌아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KT는 2만30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이 중 1만6000명 정도가 현장 근무 인력이다. 임 사장은 여기에 착안했다. 올해 들어서는 주말 근무를 아예 없앴다. 휴일 근무를 모니터링해 휴일에 나와 일하는 사람이 발견된 경우 바로 위 상사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날아간다.
"역발상으로 가정에서 좋은 아빠.남편, 엄마.아내가 되는 것이 회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의 책임과 노력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회사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고 그래서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가능하다."
임 사장의 지향점은 뚜렷하다. "투입만 많이 해서 생산성이 좋아지는 시대는 갔다. 영업직이 많은 우리 회사 특성상 업무시간이 줄더라도 밝은 마음으로 일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직원들도 굉장히 좋아하더라."
오래전부터 '일.육아'를 병행하기 좋은 기업으로 알려진 KT는 좀 더 가족친화적인 제도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매주 수요일은 '가족 사랑의 날'로 정해 전 직원이 6시에 '칼퇴'한다. 임 사장은 "제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업무시간 후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아 걱정을 덜어줘야 직원들이 일에 전념할 수 있다는 신념에 따라 KT는 보육시설에도 빵빵한 투자를 했다. 전국 8개 직장보육시설을 운영, 245명의 아이들이 이용하고 있다.
여직원들을 위한 생애주기별 케어 프로그램은 이미 정평 나 있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육아 전 과정에 걸쳐 휴가, 단축 근무, 지원금을 시기별로 지원하는 제도다. 출산 지원금은 첫째, 둘째 아이의 경우 100만원, 셋째 150만원이 각각 지급된다.
■CEO가 바뀌어야 기업이 바뀐다
출산휴가.육아휴직 등 법에 정해져 있지만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권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13년 7만명가량이던 육아휴직자는 2014년 7만6833명, 2015년 8만7339명으로 해마다 평균 10% 이상 증가했다. 큰 비중은 아니지만 육아하는 아빠 역시 많아지는 추세다.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은 2013년 2293명에서 2014년에는 3421명, 지난해에는 4872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6000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50% 이상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가장 효과적으로 '일.가정 양립' 분위기를 확산할 수 있는 장치로 '사장님'을 앞세웠다.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 회사 전체로 분위기가 퍼져나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임 사장을 비롯해 LG전자 조성진 사장, 매일유업 김선희 사장, 포스코 황은연 사장, 한화생명 차남규 사장 등이 앞장섰다. 정부가 일 .가정 양립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기업문화 개선 캠페인'에 직접 참여해 실천 메시지를 전달했다.
임 사장은 동영상에서 "육아휴직은 배려가 아닌 부모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LG전자 조성진 사장은 "회의는 짧게, 소통은 깊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웠고 한화생명 차남규 사장은 "성별 구분 없는 공정한 평가가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여성 CEO인 매일유업 김선희 대표는 '아빠 육아휴직'을 독려했다. 매일유업은 육아휴직.배우자 출산휴가.유연근무제.정시퇴근 등 가족친화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09년 식품기업 최초로 보건복지부 가족친화경영 인증 기업으로 선정됐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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