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中 저가 가전업체의 질주' 메이디, 獨 최대 로봇 제조업체 인수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4 15:31

수정 2016.07.04 15:31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가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저가 에어컨, 냉장고 등을 생산하던 이 업체는 최근 도시바 백색가전 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는 독일 산업용 로봇업체 '쿠카'를 삼켰다.

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은 메이디가 쿠카 최대 주주인 보이트 보유지분 25.1%를 12억유로(약 1조53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거래로 메이디는 쿠카 지분 38.6%를 확보해 최대 주주에 올랐다. 메이디는 지난해부터 쿠카의 지분을 늘려 왔다.

FT는 일부 독일 정치권이 이 거래로 인해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이 중국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해 왔다고 전했다. 쿠카의 산업용 로봇이 주로 BMW, 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공장에서 쓰이고 있어서다.

이런 우려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메이디는 향후 7년 반 동안 쿠카 이사진을 유지하고 독립적인 운영을 허용키로 했다.
또 이 기간동안 쿠카의 공장과 고용 규모도 동결하기로 했다고 FT는 덧붙였다.

메이디는 이번 거래로 중국 내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산업용 로봇 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산업용 로봇 생산량을 지난해의 2배인 15만대까지 늘리고, 이 중 50%를 중국산으로 채울 계획이다. 외신들은 메이디가 쿠카 인수를 통해 이같은 중국의 '로봇굴기'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뿐 아니다. 메이디는 해외 진출을 노리고 최근 기업 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도시바의 가전사업 자회사인 '도시바라이프스타일'의 지분 80.1%를 537억엔(약 6000억원)에 인수했다. 또 올해 안으로 이탈리아 에어컨 제조업체 '클리베'의 지분 80% 인수 계약도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편 FT는 중국 기업들이 제조·중공업에서 서비스·소비재 업종으로 진출하기 위해 독일 업체를 공격적으로 집어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업체 인수를 통해 이들의 기술력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실제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의 2월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은 36개에 달하는 독일 업체를 사들였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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