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산림.하천 부문에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상을 받은 충남 당진의 '버그내순례길'은 한국의 산티아고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한국 천주교 탄압기에 삽교천 수계를 중심으로 천주교가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이 지역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교우촌들이 형성됐고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하게 된다. 최근 들어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당진시에서는 주변의 농촌경관, 문화유적, 성지들을 연결하는 버그내순례길을 조성했다.
버그내순례길은 삽교천의 옛 지명인 버그내에서 인용했고 솔뫼성지에서 신리성지까지 이르는 길이 13.4㎞로 도보로는 약 4시간이 소요된다.
■'치유와 성찰의 길' 콘셉트로 조성
이 길에는 한국 최초의 신부 탄생지인 솔뫼성지, 천주교 보급이 성행했던 버그내장터, 조선시대 3대 방죽 합덕제(수리민속박물관, 농촌테마공원), 합덕성당, 무명순교자의 묘, 신리성지 등 한국 천주교 탄압기의 문화유산이 자리잡고 있다.
순례길은 새로운 길을 조성하는 길이 아니고 200여년 전부터 신앙선조들이 걸어온 길을 지금도 신앙선조들의 삶을 배우며 치유와 성찰을 위해 걷고 있는 길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아울러 한번만 찾는 길이 아니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다시 한번 걷는 길이 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당진시에서 순례길을 조성한 주안점은 각각의 성지들에 대해서는 특성에 맞게 거점화하고, 성지를 연결하는 길은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한 이정표와 쉼터들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또한 이러한 부분의 경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순례길 조성 경관용역을 통해 디자인에 대한 일관성을 제공했다.
■농촌 경관 디자인의 새로운 모델 제시
내포문화권의 중심에 있는 당진시 남부권을 중심으로 농촌 경관과 조화로운 조형물, 공간 조성 등을 통해 지역 정체성을 반영했다고 평가받는다. 내포평야지대의 특색을 살려 '내포물길'과 낮은 구릉지를 조성해 '내포 경관 조망점'을 조성한 것은 농촌 경관 디자인의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솔뫼성지 야외공연장은 아고라 형태로 조성해 주변 문화유적인 김대건신부 생가지, 솔뫼동산과 조화로움을 강조했다. 그리고 무명순교자의 묘는 순교자들의 무덤답게 구조물 설치를 자제하면서 진입동선에 상징성 있는 게이트를 설치했다.
신리성지 다블뤼기념관은 '조선의 카타콤바'라 불리고 있는 신리성지의 위상에 맞게 지하에는 천주교 역사박물관을 설치했다. 상부는 내포들을 확장한 구릉 형태의 푸른 언덕으로 조성하였으며, 조망대를 설치해 경관의 위계와 리듬감을 갖도록 공간을 조성했다.
■과거, 현재, 미래로 지속되는 길
버그내순례길은 한국 천주교가 공인되기 이전 천주교 보급을 위해 걸었던 길, 마지막으로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하기 위해 걸었던 압송로다. 현재는 천주교 신자들이 과거 신앙선조들의 순교와 희생정신을 되새기며 묵상하고 성찰하며 걷는 길이 됐다.
특히 지난 2014년 천주교 아시아청년대회와 맞물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방문하면서 이제는 일반인 및 외국인 방문객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방문객 스스로 순례문화를 만들어 각종 이정표를 스스로 제공하고 있으며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처럼 자생적 경관과 문화를 만들어 가는 등 시간을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
당진시 관계자는 "버그내순례길은 내포문화권의 중심에 있는 당진시 남부권을 연결하는 길로 버그내장터를 경유하며 지역민의 삶과 애환을 잘 녹여냈다"며 "현재는 순례길을 중심으로 버그내장터길 만들기 사업과 교황의 거리 상징 게이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버그내순례길과 해미읍성까지 연결하는 순례길도 구상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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