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예술극장 무대에 두 편의 연극이 번갈아 올라간다. 국립극단이 연극 '아버지'와 '어머니'를 교차 상연으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13일 개막해 내달 14일까지 공연한다. 주말에는 두 작품을 연달아 볼 수도 있다.
동일한 무대 세트를 놓고 서로 다른 두 작품이 공연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두 작품이 형식과 주제 면에서 닮은 꼴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같은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프랑스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37)의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치매와 우울증, 빈 둥지 증후군 등 현대 사회 노인이 쉽게 겪을 수 있는 심리적, 정신적 고통을 다룬다.
2010년 발표한 '어머니'는 2011년 프랑스 몰리에르상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12년 발표한 '아버지는' 2014년 프랑스의 토니상으로 불리는 몰리에르상 작품상에 이어 올해 영국 올리비에상 연기상, 미국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모두 유럽, 영미권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국립극단의 이번 공연은 두 작품의 아시아 초연이다. 김윤철 감독은 "젤레르는 요즘 유럽 연극에서 정점을 이룬 헤롤드 핀터나 욘 포세와 비견될 만큼 새롭게 떠오른 작가"라며 "일년에 한두 차례씩 해외 신작을 소개하는 기획 주제로서 유럽에서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는 젤레르를 소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두 작품은 관객이 직접 치매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의 머리 속에 들어가서 당사자가 돼 보는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며 "두 인물이 모성애와 부성애 측면에서 나란히 쓰여져 있는 만큼 비교하면서 볼 때 작품의 의미가 훨씬 강렬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버지'는 배우 박근형이, '어머니'는 배우 윤소정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영화나 드라마로 익숙한 박근형은 1958년 연극배우로 데뷔해 1964년 국립극단에 입단해 간판 배우로 활동하다가 1967년 국립극단을 떠났다. 2012년 '3월의 눈'으로 국립극단을 다시 찾았지만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것은 약 40년 만이다. 박근형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연극은 나의 모태다. 40년만에 이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쁘다"며 "연극이 내 인생 가는 길에 꽃을 피워주었듯이 마지막 가는 길도 연극으로 꽃을 피웠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하다"고 했다.
윤소정은 지난 2013년 화제작 '에이미' 이후 3년만의 무대 복귀다. 윤소정과 연극 무대에서 무려 열 세번이나 부부로 호흡을 맞춘 이호재가 남편 역을 맡는다. 윤소정은 "희곡을 읽자마자 배우로서 도전의식이 들었다. 지금은 신경성 위염에 걸려 소화가 안 될 정도"라며 "그만큼 매력이 있다. 고통없는 작업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관객들이 이 작품을 통해 자기애를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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