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비원에 '빵셔틀'.. H대학 경비소장 갑질 논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13 17:31

수정 2016.07.13 22:35

막말·욕설에 인사권 전횡.. 경비원 아내에게 전화 걸어 해고 됐으니 데려가라 위협
소장 "횡포 부린 적 없어"
H대학교 정문 부근에 학교 경비원들이 내건 현수막
H대학교 정문 부근에 학교 경비원들이 내건 현수막

경비원을 상대로 한 아파트 입주민 '갑질'이 잇따라 논란이 된 가운데 서울의 한 대학에서 경비소장이 경비원들에게 막말을 하고 인사권을 남용하며 이른바 '빵셔틀'을 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경비소장은 일부 경비원들의 증언이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최근 서울 H대학에는 "폭언을 일삼는 악덕 경비소장 퇴진하라" "갑질하는 경비소장은 싫어요! 나가주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교내 곳곳에 걸려 있다. H대학 경비용역업체 소속으로 근무 중인 50~60대 경비원들이 자신들의 설움을 알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가족에게 해고 통보까지…" vs "갑질 안했다"

13일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상당수 H대학 경비원들은 2013년 A씨가 이 학교 경비소장으로 부임한 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경비소장이 막말과 욕설을 일삼고 수시로 자리이동이나 해고 등 인사권을 휘두른데다 빵이나 김밥 등을 사오라고 하는 등 개인 심부름도 지시했다는 게 경비원들 주장이다.

한 경비원은 "빵셔틀 뿐만 아니라 대신 은행일을 보는 등 온갖 잔심부름을 다 했다. '내가 학교 학생.교직원들을 위해 일하러 온 거지, 경비소장 뒷바라지하려고 온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경비원은 자신을 자르겠다는 말에 소장 말에 무릎을 꿇은채 빌었고 소장은 또 다른 경비원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게 됐으니 데려 가라고 하는 등 모욕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런 행위가 반복되다 보니 스트레스로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경비원도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비소장 A씨는 "경비원 2~3명과 실랑이를 벌인 적은 있지만 갑질을 한 적은 없다"며 "경비원들이 순찰을 돈 뒤 빵을 먹으면서 본인들만 먹으면 미안하니까 사온 것이지 사오라고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인사권 남용 주장에 대해서는 "경비원들 복장이 불량해 '이런 식이면 나중에 인원 감축시 회사를 나가야 하지 않느냐'고 한 것"이라며 "경비원이 무릎 꿇은 적도 없고 경비원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 데려가라고 한 것은 해당 경비원이 정신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답변할 게 없다"

원청업체인 H대학 관계자는 "(학교와는) 관계 없는 일로, 답변할 게 없다"고 말했고 하청업체는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경비소장도 한 가정의 가장일테니 해고보다는 교체를 원하고 있고 노조원들이 사실확인서를 작성, 회사 측에 제출했다"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소장 출근저지 운동 등 물리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희대 사회학과 송재룡 교수는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한국사회의 권위구조를 보여주는 사태"라며 "경비소장 역시 하청업체의 피계약자라는 점에서 을의 입장일 수 있는데 또 다른 을인 경비원들에게 갑의 횡포를 저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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