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제2의 '소라넷'으로 떠오른 ‘꼬OO’ 등 다수의 음란 사이트를 대상으로 수사에 나섰다. 지난 4월 강신명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소라넷의 서버 폐쇄에 이어 소라넷 유사 사이트가 생길 경우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현재 50여명의 수사인력을 동원, 소라넷 유사 사이트 수사를 벌이고 있다. 꼬OO 사이트도 그중 하나다. 경찰은 또 밍OO, 뉴OO, 피OO, 친OO 등 사이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한 관계자는 17일 "총 6~7개 사이트를 소라넷과 비슷한 형태의 음란 사이트로 판단, 각 지방경찰청이 분담해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 ‘소라넷과 닮은 꼴’ 꼬OO은 어떤 사이트?
소라넷이 지난 4월 폐쇄되면서 최근 음란범죄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나 관련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소라넷 유사 사이트가 공공연히 운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소라넷 폐쇄 이후 더 활기를 띠고 있는 곳 중 하나가 꼬OO이다.
꼬OO은 소라넷과 달리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다수의 게시판에서 각종 몰래카메라(몰카)와 아동·성인 음란물을 별다른 제한 없이 접할 수 있다. 아내' '여자친구' 등의 제목을 단 일반 여성들 사진과 동영상이 무작위로 게재되고 있으며 모자이크 처리 없이 상대방 신상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도 다수다. 특히 음담패설과 몰카 속 여성을 향한 성희롱 댓글이 달리며 사진과 동영상은 토렌트(파일공유 사이트)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불법 유흥업소 정보, 클럽이나 나이트, 채팅 등을 통해 이성을 만난 후기를 공유하는 유흥포럼도 게재돼 있다. 회원들은 '원나잇 스탠드'에서 성공한 걸 '홈런'이라는 은어로 지칭하며 과시한다. 사이트는 회원이 인증글을 올리면 많은 포인트를 제공하는 형태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일정 포인트가 쌓이면 등급이 올라가면서 더 자극적인 자료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운영진은 술에 취한 여친 초대 등 범죄모의 글은 차단한다고 했으나 같이 성관계를 하거나 이를 구경하는 형태의 초대남 구인 게시판을 따로 둬 언제든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잇단 신고에도 차단 한계.. 여성계 "사용자도 처벌"
꼬OO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시기는 지난달이다. 당시 여성 네티즌들은 제2의 소라넷이 등장했다며 해당 사이트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찰 등에 신고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꼬OO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소라넷처럼 단속을 피해가면서 트위터 계정을 통해 새로운 사이트 주소나 공지사항 등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꼬OO에 대한 신고가 많이 들어왔고 심의를 통해 음란사이트로 판단, 국내 인터넷망사업자(ISP)에 시정요구를 한 상태"라며 "서버가 미국에 있는 것을 확인했고 국내로 우회해 들어오는 사이트 주소는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이트가 보안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있어 현재 기술로는 접속을 완전 차단할 수 없다"며 기술적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또 "결국 사이트 운영진을 검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지난달 경찰 측에 꼬OO 관련 정보를 제공했고 앞으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소라넷 폐지가 상징적 의미로 다가왔는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유사사이트도 수사하고 있다는 점은 반길 일"이라며 "사이트 폐쇄 뿐 아니라 악질적인 사용자도 제대로 처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도 "이번 수사를 계기로 음란물 공유 자체가 범죄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법적인 처벌 뿐 아니라 인식 변화도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