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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 사건] “나 금수저야” 여성들 속여 3억 뜯어낸 도플갱어 사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0 14:49

수정 2016.07.20 14:49

“안녕하세요, 저는 개인 사업을 하고 있고 저희 아버지는 검사예요. 제 얼굴은 프로필 사진 보시면 될텐데 저하고 얘기 좀 하실래요?”
지난달 한모씨(31)는 한 채팅앱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들에게 이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다. 한씨는 채팅앱에서 자신의 프로필에 다른 미남모델 사진을 걸어놓은 채 자신은 사업가, 아버지는 검사에 어머니는 변호사인 좋은 집안 자제라고 거짓말을 하며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성들은 한씨를 실제 만난 뒤 사진과 다른 그의 외모에 실망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한씨는 “사진만 가짜고 나머지 이야기는 다 진짜”라며 여성들을 설득해 결혼을 전제로 동거까지 했다.

이후 한씨는 “어머니가 궁금해 하시는데 결혼비용을 얼마나 부담할 수 있겠어? 그 돈을 사업에 투자해서 결혼비용에 사용하자” 같은 말을 건네 여성들로부터 총 3억100만원을 받아냈다.
무직인 한씨는 이 돈을 모두 인터넷 도박에 탕진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는 만난 지 2∼3개월이 지나 여성에게 더 이상 뜯어낼 돈이 없다 싶으면 '집착남'으로 돌변해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 전화를 안 받는다거나 집에 늦게 온다고 시비를 걸며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에 여성들은 돈을 돌려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이별을 통보, 헤어진 게 다행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피해자 중 한 명인 30대 여성 A씨가 경찰에 데이트 폭력 신고를 하면서 한씨의 범행 일체가 꼬리를 잡혔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한씨의 휴대폰이 대포폰이며 타고 다녔던 렌트카도 타인 명의로 빌린 점을 주목해 단순 데이트 폭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놀라운 것은 이번 사건을 맡은 수서경찰서에서 바로 6개월 전 이와 매우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는 점이다. 도플갱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범행수법이 동일하다. 김모씨(23)는 채팅앱을 이용해 만난 여성 22명을 상대로 3억3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김씨는 “아버지가 호텔업과 부동산업을 하시고 본가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다”는 말로 자신이 ‘금수저’임을 강조하며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김씨 역시 사업자금이 필요하다며 여성들에게 돈을 뜯어냈으며 대포폰을 사용하고 차량은 타인 명의로 빌렸다.

한씨 사건을 수사한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6개월 전 (한씨 사건과) 매우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한씨 사건은 당초 데이트 폭력 사건으로 신고를 받은 것이어서 형사과에서 맡은 반면 김씨 사건은 수사과에서 관할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잘 몰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팅앱을 통해 금수저를 사칭하고 다니면서 만난 여성들에게 사업자금을 이유로 돈을 뜯어내는 등 범죄수법이 같았다.
우연히 피해액도 3억원대로 비슷해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한씨와 김씨 모두 여성들에게 대출하는 방법을 직접 설명해주면서 대출을 유도했고 일부 여성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데도 대부업체를 이용,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다양한 채팅앱이 새겨 온라인상의 만남이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검증 시스템이 없는만큼 프로필 사진과 대화내용을 일방적으로 믿지 말고 상대방이 금전을 요구할 때는 한 번 더 신중히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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