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오프라인, 변신을 꿈꾸다
오프라인 점포 통폐합 가속.. 우리銀, 하반기 30곳 문닫아
ATM도 대거 줄이는 추세.. 소형 뱅크샵 등 운영 확대
태블릿PC 들고 고객 찾아.. 인건비 줄이고 실적은 높여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있는 '크리스피크림 도넛' 매장에 들어서면 우리은행 창구가 한눈에 보인다. 번호표를 먼저 뽑고 친구들과 도넛과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순서를 기다린다. 우리은행이 지난 6월 문을 연 컬래버레이션 2호점 '베이커리 인 브랜치'다.
오프라인 점포 통폐합 가속.. 우리銀, 하반기 30곳 문닫아
ATM도 대거 줄이는 추세.. 소형 뱅크샵 등 운영 확대
태블릿PC 들고 고객 찾아.. 인건비 줄이고 실적은 높여
은행 오프라인 지점들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융.복합을 통해 각자의 경쟁력을 살린 특화점포, 카페와 베이커리, 백화점 등에 문을 열어 고객을 찾아가는 은행이 대세다. 고객의 가까이에서 요구사항을 듣고, 일상 속에 실질적 편리함을 제공하려는 시도다. 지점에 앉아 방문고객이 요청하는 업무만 처리하던 은행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갈수록 축소되는 오프라인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점포 통폐합 작업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전국 30여개 지점이 문을 닫는다. 인근 지점과 통폐합해 지점 수는 줄이고, 한 지점의 영업망은 넓히는 작업이다. 이대로라면 우리은행은 올해 지점을 총 54개가량 줄이게 된다. 최근 옛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전산통합을 마친 KEB하나은행은 하반기 중 33개 지점을 추가로 통폐합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은 통합 이후 올 상반기 15개 지점의 문을 닫은 바 있다.
상반기에 지점 수를 16개 줄인 KB국민은행도 하반기 추가 통폐합을 고려 중이다. 영업환경, 근거리 위치 점포, 경쟁은행 등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역시 올 초 총 36개 지점을 통폐합하기로 하고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작업을 진행한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NH농협은행은 하반기 최소 20개의 지점을 줄일 방침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KB국민은행의 ATM 수는 8930개, 전국에서 상반기에만 148개의 ATM이 사라졌다. KEB하나은행의 ATM 수는 4798개, 상반기에만 76개가 줄어들었다. 우리은행은 6705대로 상반기에만 188개를 줄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ATM 한 대 운영하는 비용이 연간 3000만원을 넘는데, 사용이 미미해 손실이 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지점.ATM 운영비용 등을 줄여 비대면채널 확대에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신하는 영업점포
특화점포는 늘어났다. 이종업종과의 색다른 결합을 통해 은행 업무를 보면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 고객이 자주 찾는 할인마트에 점포를 내 접근성을 높인 것이 대표적이다. 성과는 기대보다 좋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동부이촌동 지점에 폴바셋과 결합, '카페 인 브랜치'를 연 이후 지난 상반기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영업점 안에 크리스피크림 도넛 매장을 결합한 '베이커리 인 브랜치'를 열었다. 브랜치에 배치된 직원은 3~4명으로 일반 영업점보다 적지만 실적은 높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 카페 인 브랜치의 경우 내방고객 수가 다른 지점에 비해 일평균 10%가량 많다"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은 신세계백화점, 이마트와 함께 지난해 가을부터 초소형 은행점포인 '뱅크샵'과 1인 점포인 '뱅크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신세계백화점 김해점에도 뱅크샵과 뱅크데스크를 추가로 설치해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태블릿PC 기반의 플랫폼을 통해 주요 은행 업무를 대부분 처리할 수 있고, 백화점이나 마트 영업시간에 맞춰 운영되기 때문에 고객의 호응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KB금융그룹은 복합점포를 올해 안에 18개로 늘린다. 지난 5월에는 기업투자금융(CIB)에 특화한 판교종합금융센터가 문을 열고 판교에 위치한 기업들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대전 지역에 PB센터가 개점한다.
KB금융그룹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16개 복합점포의 전 지점이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개설해 1년도 채 되지 않은 7개 점포도 흑자로 돌아섰다. 특화점포의 총 자산은 7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배 이상 뛰어올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융.복합 특화점포를 앞으로도 늘릴 계획"이라며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생존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점포 밖으로 나가는 은행들
아울러 시중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경쟁적으로 태블릿 브랜치를 선보이고 있다. 은행 직원이 업무를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전산처리 소프트웨어 등을 탑재한 태블릿PC를 들고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영업이다. 더 이상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태블릿 브랜치로 이용할 수 있는 은행 업무는 고객등록, 통장 개설, 인터넷.모바일 뱅킹 가입과 개인 여신상담 등이다.
태블릿 브랜치는 KEB하나은행이 업계 최초로 지난 2014년 2월 선보였으며 그해 SC제일은행, NH농협은행이 뛰어들었다. 지난해 신한은행에 이어 올해 우리은행, KB국민은행이 태블릿 브랜치를 선보이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현장에서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고, 우리은행은 현장에서 체크카드 발급까지 할 수 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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