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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화음악회 8년째 후원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 "한국전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

이다해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5 16:56

수정 2016.07.25 16:56

9월 27일 프랑스 파리서 공연.. 세계적 음악가들 재능기부 동참
[인터뷰] 평화음악회 8년째 후원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 "한국전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

올해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한국과 프랑스 양국에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눈길을 끄는 음악회가 있다. 오는 9월 27일 프랑스 파리 살 가보홀에서 열리는 '평화음악회'다. 하고 많은 음악회 중 이 행사가 특별한 이유는 부제인 '재(在)유럽 한국전 참전용사와 함께하는'에 있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 공식 인증사업 중 유일한 보훈행사라는 점이다.

사단법인 호국문화예술진흥위원회(이하 호문진)와 국가보훈처가 공동 주최하는 이 음악회는 한국전쟁 참전국가와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하며 잊지 않겠다는 취지의 보은음악회로 기획됐다. 2009년 국내에서 유엔 참전용사 추모음악회로 시작해 2011년에는 미국에 직접 날아가 순회공연을 열었고 어언 9회째를 맞았다. 해외공연으로는 이번이 두 번째다.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주변국에 거주하는 한국전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주빈으로 1000여명을 초청해 공연한다.
오는 11월 12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제10회 유엔 참전용사 추모 평화음악회를 잇달아 연다.

그런데 7년 전 이 음악회의 기획단계부터 아이디어를 내고 지금까지 후원을 이어오고 있는 이가 다소 의외의 인물이다. 업계 부동의 1위 '크래미'로 유명한 한성기업의 임우근 회장(68.사진)이다. 임 회장은 민간 기획사 '아이레네'(라틴어로 화합)를 설립해 제1회 평화음악회를 추진한 뒤 2회부터는 호문진의 이사장으로서 꾸준히 음악회를 지속하고 있다.

임 회장은 "많은 외국의 젊은이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과 관계없는 나라에 와서 죽어가야 했다"라며 "과연 우리가 이들에 대해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당신들 도움으로 한국이 이렇게 발전했다는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975년 스물일곱의 나이로 경영을 시작한 그는 원양어선을 타고 수많은 국가를 돌아다녔다. 당시 미국 워싱턴DC를 처음 방문했을 때 마주친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상은 임 회장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동상 한쪽에 희미하게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문구가 있었어요. 그 말을 계속 되새기게 되더군요. 자유를 위한 희생을 잊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라도 솔선수범해야겠다 결심했죠."

그 표현 방식으로 음악회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고 또 기쁘게 참여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습니다. 음악이더라고요. 만국 공통어이기도 하잖아요."

공연에 대한 반응은 매번 뜨거웠다. 임 회장은 그중에서도 첫회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첫 해외공연이었던 미국에서는 특히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미국이 전 세계의 경찰국가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직접 와서 보훈행사를 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면서 한 참전용사 유가족 분이 손을 맞잡으시더라고요. 아주 뿌듯했죠."

이런 숭고한 뜻에 감동한 세계적인 음악가들도 행사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2회 때는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 허버트 빌리가 헌정곡 '평화의 메아리'를 들고 한국을 찾았고 3회 때는 미국 작곡가 로버트 스미스가 인천상륙작전을 주제로 한 곡을 만들어 초연했다.

올해는 "한국의 소리도 알려보자"는 생각으로 클래식에 국악 프로그램을 가미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문양숙 가야금 수석이 부산유엔기념공원 부부합장묘에 잠든 호주 참전용사 휴머 스톤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받아 헌정곡 '귀향'(가제)을 초연할 예정이다. 출연자 면면도 화려하다. 유럽에서 각광받고 있는 소프라노 캐슬린 김, '색소폰 신동'으로 유명한 색소폰 연주자 허민 등 세계적인 한국 출신 음악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전쟁 참전국가 음악인들로 구성된 '유엔 참전국 교향악단'이 배종훈 예술감독의 지휘로 함께해 의미를 더한다. 임 회장은 "좋은 뜻에 공감한 음악가들이 거의 재능기부로 함께하고 있다"며 "더 많은 분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
평생 그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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