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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된 경상성장률 관리정책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6 16:49

수정 2016.07.26 21:18

용두사미 된 경상성장률 관리정책

"경상성장률(명목성장률)이란 말이 쏙 들어갔다."
최근 기획재정부 내에서 '실종된' 정책목표가 있다. '경상성장률'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 당시인 지난해 말 "경상성장률이 실질성장률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올해 경제정책 운용방향의 핵심으로 경상성장을 관리지표로 삼겠다고 선언했던 것과는 딴 판이다. 경상성장률 관리정책이 결국 '용두사미', '빈 구호'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정부는 당초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경상성장률 부양 방안을 포함시킬 예정이었지만 기존 실질성장률 중심의 경기대응책과 차이가 없어 별도의 경상성장률 관리방안이라고 할 만한 마땅한 수단을 모색하는 데 실패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경상성장률을 끌어올릴 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상성장률과 실질성장률 대응방안 간에 차이가 나지 않고, 통화정책 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에 물가수준을 감안한 지표다. 저성장·저물가 시대, 경상성장률을 정부의 공식 성장 관리지표로 삼겠다면서 '정책조합'을 예고한 지 반년 이상이 지났지만 물가를 끌어올릴 묘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기재부가 이 같은 난제를 떠안은 건 지난해 12월 당시 최경환 부총리가 2016년도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최 부총리는 그간 정부의 거시정책이 실질성장률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경상성장률도 함께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비판도 상당했다. 한국 경제의 지배적인 숫자인 실질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2~3%대로 낮아지자 실질성장률보다 약 1~2%포인트 높은 경상성장률로 이를 눈가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일부에선 당시 기재부가 한국은행과 중기물가안정목표제(2016~2018년)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통화정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경상성장률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시각도 내놨다.

물론, 통화당국 뿐만 아니라 정부도 저물가 타개책을 적극 펼칠 것이란 기대감도 일견 있었다.

문제는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치(지난 6월 전망치)가 당초 예상치(연 4.5%·지난해 12월 전망)보다 0.5%포인트나 하락하면서 4.0% 턱걸이에 걸렸음에도 경상성장률 관리 방안이라는 마땅한 수단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같은 조정폭은 올해 정부의 실질성장률 전망치 조정폭(0.3%포인트)보다 크다.

경상성장률을 관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종래 구사했던 대로 실질성장률을 끌어올리거나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생산·소비·투자가 활발히 작동되게 경기부양책을 구사하거나 국민경제 전체의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가 오르도록 하는 게 기본 원리다.

복잡한 상황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경상성장률을 구할 때 사용되는 GDP디플레이터는 소비, 투자, 순수출(수출-수입) 등을 더해 구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CPI)지수를 포함한 개념이지만 순수출 디플레이터(물가상승률)수준에 따라 소비자물가지수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차이가 날 수 있다.

가령 유가하락이나 환율하락으로 수입물가가 감소한 경우 순수출 디플레이터가 상승, 전체 GDP디플레이터 상승을 견인하게 된다.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과 다른 측면이다. 반면 수입물가가 수출물가를 상회해 상승하게 될 경우 전체 순수출 디플레이터가 하락, 전체 GDP디플레이터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수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경상성장률을 관리하겠다고 환율변수를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다른 변수는 '시차'다. 실질GDP가 속보치 형태로 발표되는 건 해당 분기 종료 후 28일 이내다. 이를 기반으로 GDP디플레이터와 경상성장률이 집계되는 시점은 분기 종료 후 70일 이내다. 가령 1.4분기 GDP 속보치가 4월 말에 나온다면, 경상성장률을 알 수 있는 시점은 6월 10일께다.
이 같은 시차로 인해 적절히 정책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전문가는 "정부 정책을 '국민체감' 중심으로 바꾸겠다며 실질GDP뿐만 아니라 물가 수준을 감안한 경상GDP도 관리하겠다고 제시했지만 GDP의 공식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저물가시대 대응방안이라는 취지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한은의 통화정책에 압력을 가하려고 했던 것으로 비쳐진다"고 지적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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