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의 수익원은 사양화 단계입니다. 신속히 대처하지 않으면 100년 기업은 커녕 우량기업도 100개월 시한부에 그칠 겁니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와 71개 지역상의가 2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저성장 시대 대응전략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절반(49.9%)이 "지금 수익원은 사양화 단계"라고 답변했다.
'대내외 환경변화에 대처하지 않으면 회사 생명력이 얼마나 유지될까'라는 물음에 평균 8.4년이라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전자업종이 6.5년으로 가장 짧았고 자동차 8년, 기계·철강 9년, 정유 10년, 섬유 15.9년 순이다.
대한상의는 "기업이 기술을 개발했어도 시장과 경쟁자가 더 빨리 변하고 있어 따라잡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면서 "단기적 대응에 급급하고 중장기 변화를 외면한다면 시장의 범용화(commoditize)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대내외 시장환경 변화속도를 100마일이라고 할 때 귀사의 적응속도는'라는 물음에는 평균 74마일이란 답이 나왔다.
고추냉이로 친환경 비누·샴푸를 만든다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이 고추냉이를 여러 식산업에 활용하는 걸 보고 친환경 제품을 개발했는데, 얼마 안 돼 일본 경쟁사가 화장품을 내놓고 유럽에선 더 좋은 성분으로 코스메슈티컬(화장품+의약품)을 시장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당시 경쟁개선도가 100이었다면 지금은 90으로 나빠졌고 노동시장 유연성은 94.1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반면 규제개선도, 자금조달 개선도는 각각 105, 10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나아졌다.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라는 질문에는 융합(convergence) 24.8%, 저비용·고품질(cost saving) 17.2%, 사회공헌(contribution) 13.3%, 창조적 인재(creative talents) 13.2% 등 이른바 '4C'로 답했다.
지금 전통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융합을 통해 충분히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데 기업 66%가 동의했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는 "융합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CEO가 먼저 열심히 배워야 한다. 천리마를 재빨리 알아채는 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래에 뜰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산업으로는 에너지·환경(34.4%), 바이오·헬스(21.5%), 정보통신기술(ICT) 융합(19.2%),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15%), 고부가가치 서비스(9.4%) 등을 꼽았다.
혁신을 위한 정부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불확실한 미래산업에 모험자본 유입환경 구축’(48.8%)이 가장 많았고 이어 ‘규제혁신’(46.2%), ‘창조적 인재육성’(31.0%) 등을 꼽았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한국 기업의 3년 생존율은 38%에 불과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조사대상국 중 하위권에 그친다"며 "불황에 쫓겨 단기이익에 급급하다 보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소중한 이유"라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