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대기업 자금, 수시 입출금 가능한 MMF로 이동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01 17:44

수정 2016.08.01 22:11

언제든 현금화 가능 염두.. 올해만 34조6858억원 증가
금융당국 이동현상 지속돼 MMF 건전성 규제 검토중
대기업 자금, 수시 입출금 가능한 MMF로 이동

돈을 쌓아둘 곳이 부족한 대기업들이 정기예금 금리가 1.3~1.5%로 머니마켓펀드(MMF) 수준만큼 떨어지자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MMF로 머니무브(자금이동)가 나타나고 있다.

만기 1년 이내의 국공채나 기업어음 등 단기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인 MMF의 경우, 일부 증권사는 정기예금보다 높은 최대 1.8%의 수익률까지 제시하고 있어 대기업들로서는 MMF로 갈아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MMF로 자금이동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MMF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검토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법인 MMF 규모는 지난 7월 28일 현재 101조1766억원으로 지난해 말 66조4908억원보다 34조6858억원 늘었다. 이는 그동안 MMF의 연간 증가세 9조~10조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반대로 법인 예수금은 지난 5월 말 기준 340조8733억원으로 지난해 말 348조5540억원보다 7조6807억원 줄었다. 그동안 증가세를 계속 유지해오던 법인 예수금이 꺾인 것이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낮추면서 법인 자금의 이동이 눈에 띄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예상되면서 정기예금 만기자금을 연장하지 않고 MMF로 옮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기예금 금리가 1.5% 이하로 낮아지면서 수익률 1.5% 이상인 국공채 전용 MMF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MMF의 설정액 규모가 연일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7월 28일 법인과 개인 MMF를 모두 합친 전체 규모는 128조원이었다.

MMF 이외에 머니마켓신탁(MMT)을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천억원을 HMC투자증권의 MMT로 운용 중이다. MMT는 MMF처럼 만기 1년 이내 국공채 등에 투자하지만 수탁자가 원하는 기간만큼 운용하는 게 특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로서는 정기예금에 1.5% 이하의 금리로 1~3년 자금이 묶이는 것보다는 1.5% 이상의 MMF에 넣어놨다가 운용자금이나 투자금으로 원할 때 활용하는 게 낫다"며 "금리가 인상되지 않는 한 MMF로의 쏠림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MMF의 증가세는 국내 대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주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증권가의 의견이다. 국내 30대 대기업집단의 지난해 현금성 자산만 126조50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 LG전자, SK이노베이션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매도가능한 주식 등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형태로 72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저성장체제에서 무리한 사업과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MMF의 증가세에 주목하는 것은 비단 증권가뿐만이 아니다. 금융당국도 올 상반기 MMF 급증세에 따라 MMF의 건전성 규제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미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MMF의 환매규모를 감당하지 못해 일부 금융회사들이 파산할 정도였다. 초단기금융상품인 만큼 MMF로 투자된 국공채와 채권들을 빨리 거래해서 환매해야 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환매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미국은 MMF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2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올해 상반기부터 MMF로 투자된 자산에 대해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기로 했다.


금리가 인상될 시점부터는 MMF의 자산매각도 어려워진다. 채권금리가 오르는 만큼 채권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국공채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도 미국처럼 MMF의 투자자산을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며 "MMF의 증가세가 커지는 만큼 금리인상에 대비한 선제적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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