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공부 잘해 강남쪽에서 가르치고 싶다"
구청 재직 당시 건설업자에게 사업 편의를 봐주고 수억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서울시 공무원 이모씨(56)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정순신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으로 이씨를 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이씨는 2004년 6월∼2009년 1월 건설업체 대표 이모씨로부터 건축 관련 업무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6차례에 걸쳐 7억74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다.
2002년 4월∼2009년 8월 강남구청 건축과와 주택과에서 근무한 이씨는 신사동에서 건물을 짓던 건설업체 대표 이씨를 찾아가 인사한 뒤 수시로 사무실을 드나들며 민원 처리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3년 4월 대표 이씨가 신사동 대지를 매입해 빌딩을 지으려는 사실을 알자 주변 부지 매입, 건축허가 명의변경 등의 업무를 처리해줬다.
이듬해 6월에는 대가로 "내가 도와줘 큰 이익을 얻게 되지 않았느냐.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강남 쪽으로 와서 가르치고 싶으니 압구정동 A아파트를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이씨는 11억 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근저당채무 6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넘겨받아 현재 거주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이씨는 2006년 5월 "원래 안되는 허가를 내주었으니 승용차를 뽑아달라"며 그랜저 승용차를 건네받고 보증금 800여만원, 리스료 4100여만원까지 대납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2010년 11월 건설사 이 대표에게 강남구청 건축과 공용서류인 2006년·2007년 건축허가대장 각 1권씩을 넘겨준 혐의(공용서류은닉)도 받는다.
검찰은 이씨에게 돈을 건넨 대표 이씨는 뇌물공여의 공소시효(7년)가 지나 불기소 처분했다고 전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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