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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북유럽은 왜 가계빚 문제가 없을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09 17:03

수정 2016.08.09 17:03

[차장칼럼] 북유럽은 왜 가계빚 문제가 없을까

가계부채 총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최근 만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가계부채 청문회를 하게 될 것"이라며 걱정거리를 털어놓았다. 지난해 가계부채는 120조원 증가했고, 올해는 100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이 있는 내년 또는 그다음 해에 가계부채가 1500조원을 넘으면 청문회가 반드시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큰 위기감을 갖고 있었다.


사실 가계부채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 좀비기업이 국가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뒷전으로 밀렸다.

한국은행 등에서 가계부채 총량 발표가 있을 때 잠시 시끄러워졌다가 다시 가라앉는 느낌이다. 누구나 심각하다는 것을 알지만 너무 오랫동안 문제가 돼왔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지난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를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에 비유했다.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총량 증가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가계부채 증가가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돈이 돌고 있다는 방증이다. 돈을 빌리고 이를 되갚는 활동 자체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다만 문제는 가계부채의 질이라고 강조했다. 채무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이 과도하게 대출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 초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만 빚을 지고 분할상환하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올해 가계대출은 크게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집단대출,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제 서서히 가계대출 총량 증가를 걱정하기 시작한 셈이다.

실제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만 대출을 받는 것인지 확신을 갖지 못하는 낌새다. 총량 증가에는 걱정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급격한 가계부채 총량 증가를 걱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안은 없을까.

금융당국이 크게 개입하지 않고 시장의 원리로만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북유럽 국가들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가계부채) 비율은 200%다. 지난해 기준으로 덴마크는 300%가량 되고 스웨덴은 170%, 노르웨이는 210%다. 우리나라는 160%다. 이들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가계부채가 심각해 보이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사회보장이 잘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부채를 지고 있는 개인이 파산해도 복지제도로 기본적 삶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재정이 그만큼 투입된다는 문제도 있다.
이제라도 만성질환인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유럽 국가들의 제도를 면밀히 연구·검토할 필요가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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