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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골프, 바람과 동물이 변수..지카바이러스 공포 사라져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10 12:10

수정 2016.08.10 12:10


리우 올림픽 골프 코스에 서식하는 60kg이 넘는 대형 설치류 카피바라. 올림픽 코스에는 이 외에도 나무늘보, 보아뱀, 원숭이, 카이만 악어, 올빼미 등 263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사진캡쳐=PGA투어 홈페이지
리우 올림픽 골프 코스에 서식하는 60kg이 넘는 대형 설치류 카피바라. 올림픽 코스에는 이 외에도 나무늘보, 보아뱀, 원숭이, 카이만 악어, 올빼미 등 263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사진캡쳐=PGA투어 홈페이지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에 복귀한 골프 경기는 수시로 부는 바람과 동물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코스 디자이너 길 한스(미국)에 의해 파 71, 전장은 남자부 7128야드, 여자부 6245야드로 조성된 올림픽 코스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다 치주카 지역에 위치해 있다. 마라펜디 석호와 맞닿아 있는데다 석호 건너로는 대서양을 마주한 지역이다. 그런 만큼 바람이 많다. 그래서인지 한국 골프 남자 대표팀 최경주(46·SK텔레콤) 감독은 "링크스 코스와 비슷한 특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바람이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그는 이어 "코스는 비교적 짧지만 그린이 좁아서 바람을 잘 활용한 티샷과 두 번째샷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국가대표인 저스틴 로즈도 최감독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엄청난 바람이 분다"며 "바람 속에서도 능숙하게 아이언을 잘 다루는 선수가 유리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설계자 한스가 설명한 코스 특징도 이 지역의 바람 정도를 가늠케한다. 한스는 최근 골프닷컴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지역은 키가 작은 관목과 모래가 많다"고 설명했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나무는 자라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한스는 꼽은 가장 까다로운 홀로 전장 229야드인 14번홀(파3)을 꼽았다. 모래언덕이 있는데다 그린 주변을 모래와 덤불이 둘러싸고 있어 공략이 쉽지 않다. 마지막 16, 17, 18번홀 각각 파4, 파3, 파5로 배치한 것도 흥미롭다. 과감한 플레이로 막판 극적 승부를 연출하려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엿보여진다.

이 골프장은 '사파리코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생 동·식물 보호를 콘셉트로 조성돼 그 수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페어웨이를 벗어난 러프 지역에는 동물들의 배설물이 수두룩하다. 영국의 친환경 골프장 인증기관인 GEO(Golf Environment Organi zation)는 이 골프장이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는 찬사를 보낸 이유다. 야후스포츠는 이 골프장을 '동물원'에 비유했다. 영국의 웹매체인 미드데이는 골프장 건설 전에는 이 곳에 118종의 야생 동물이 서식했지만 완공 후 1년이 지난 시점에는 263종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몸무게 60㎏이 넘는 대형 설치류 카피바라다. 이 곳이 카피바라의 서식지기 때문이다. 초식동물인 카피바라는 온순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페어웨이 잔디를 뜯어 먹거나 굴을 파놓은 것은 선수들로서는 달갑지 않다. 출전 선수들은 터줏대감인 이 동물과 친해지려 노력한다. 골프 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 인터넷판은 연습 라운드에 나선 남여 선수들이 골프장 곳곳에서 야생 동물 인증샷을 찍어 SNS에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베른트 비스버거(오스트리아)는 골프장 대형 워터 해저드 앞에서 카피바라와 인증 사진을 찍었다. 비스버거는 트위터에 "오늘 카피바라 2마리, 카이만악어 1마리, 올빼미 3마리를 봤다. 모기는 한마리도 못 봤다"라는 글을 올렸다. 카피바라를 휴대 전화 카메라로 열심히 찍어 대는 대니 리(뉴질랜드)이 모습도 포착됐다. 카피바라 외에도 나무늘보, 보아뱀, 원숭이, 카이만 악어, 올빼미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국제골프연맹(IGF)은 굴 올빼미 둥지에 볼이 빠질 경우 벌타를 주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동물이 볼을 가지고 사라진걸 본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로스트 볼’로 처리키로 했다.

우려했던 지카바이러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리우가 겨울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카바이러스를 이유로 올림픽에 불참한 선수들에 대한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다.
데일리 메일의 크리스 컷모어 기자는 트위터에 카이만악어 사진을 올려놓고서 "로리 매킬로이는 지카 바이러스가 무섭다고 했는데 물 속에 뭐가 있는지 보라"고 쓴소리를 했다. 매킬로이는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를 핑계로 리우행을 포기했다.
한국 남자 팀 감독 최경주(46·SK텔레콤)는 “주사를 네 방이나 맞고 왔는데 괜한 고생을 했다”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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