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 매도자 만기조정 가능해진다

단기금융시장 활성화 위해 예탁원 GCF RP 개편 추진
담보물 교체도 자유롭게

앞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거래할 때 만기조정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RP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회사(매도자)들이 만기조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가장 빨리 조달 가능한 1일물을 선호했다.

앞으로는 RP 만기조정이 가능한 만큼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일물 RP를 활용, 3일물 7일물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관리 중인 GCF(일반담보채권, General Collatral Finance) RP 제도를 내년 상반기 중 개편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예탁결제원은 17일 '단기금융 활성화 방안에 대한 정책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현재 만기가 1일로 제한된 GCF RP의 제도를 개편해 RP 거래자들이 만기일을 정하고 거래 도중에도 매도자가 만기 조정 등 조건변경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지난 3월 시작된 금융위의 '단기금융 활성화 태스크포스(TF)'에서 GCF RP의 개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GCF RP는 담보물 채권도 통안채와 국채로만 한정돼있고 만기도 1일밖에 되지 않아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활용하기 어렵게 돼있다는 의견이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이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GCF RP의 만기 조정은 물론, 담보물도 확대하기로 했다. 국채, 통안채로만 한정돼있는 담보물 범위에 산금채와 중금채 등 특수은행채와 예보채, 한국장학재단채 등 정부보증채권도 포함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량 회사채도 포함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담보교체도 매도자가 알아서 교체 가능해진다. 현재는 담보물을 교체할 경우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매수자)의 동의가 필수여서 담보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이제는 RP 거래 전에 거래자간의 포괄적 합의를 통해 매도자는 자유롭게 담보물을 교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장붕괴시 RP의 담보물이 처분되지 않으면 다른 담보물로 교체해 처분하고 RP대금을 상환할 수 있는 것이다.

기일물 RP 거래를 위해 거래수수료도 차별화된다. 현재 익일물이나 기일물 RP 거래의 수수료는 동일하다. 1억원 어치의 RP를 거래하면 1일당 80원의 수수료를 낸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RP 거래와 관련된 수수료 체계를 기일물 RP에 유리하도록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기일물에 대한 수수료를 크게 낮춘다면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채권시장의 시장조성자 역할을 맡는 국고채.통안채 입찰 프라이머리딜러(PD) 선정에서도 기일물 RP 거래 실적이 반영된다. 기일물 RP 거래를 늘려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기관간 RP 거래에는 투자일임업자나 일임형 상품운용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거래참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RP 거래를 위한 청산거래소(CCP) 도입도 논의된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미국과 유럽도 RP 관련 CCP 제도의 도입에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국내도 CCP 도입 논의에 대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며 "CCP 설립과 운영비용이 RP거래에 반영돼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날 우려도 있어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mail]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