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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태권도 오혜리, 2인자 설움 이겨내고 뒤늦게 출전한 생애 첫 올림픽에서 金

김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0 10:56

수정 2016.08.20 10:56

태권도 국가대표팀 맏언니 오혜리(28·춘천시청)가 세 번째 도전 만에 첫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6위 오혜리는 2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 여자 67㎏급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하비 니아레(프랑스)를 13-12로 힘겹게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태권도 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수확한 두 번째 금메달이자 전 종목을 통틀어서는 8번째 금메달이다.

한국은 태권도가 처음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여자 67㎏급에서 5회 연속 메달(금메달 4개, 동메달 1개)을 획득했다.

오혜리는 28세의 나이로 한국 태권도 선수로는 역대 최고령 올림픽 메달리스트로도 이름을 올렸다.

종전까지 최고령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80㎏초과급에서 금메달을 딴 문대성으로, 당시 그의 나이는 27세였다.

지난해 러시아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73㎏급 챔피언이기도 한 오혜리는 세 번째 도전 만에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았다.

오혜리는 그간 금메달 후보로 부각되지 못하는 설움을 겪었다.
그동안 황경선에게 가려져 2인자의 자리에 머물러 있었고, 국제무대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 전부였다. 올림픽 시점에 세계랭킹도 6위에 불과했기 때문에 금메달을 확신하기란 쉽지 않았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황경선(고양시청)에게 밀려 출전하지 못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 최종선발전을 앞두고는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바람에 제 기량을 펼쳐 보일 수 없었다. 당시 오혜리는 “올림픽은 하늘이 정해준 사람만이 나가는구나”라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뒤늦게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 오혜리는 첫 경기에서 멜리사 파뇨타(캐나다)를 9-3으로 가볍게 제치며 경기를 시작했다.

고비였던 8강에서는 지난해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 67㎏급 우승자인 좡자자(대만)를 맞아 3라운드 6초를 남기고 21-9, 점수 차 승으로 제압하고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2라운드 종료 후부터 12점 차 이상이 나면 끝까지 경기를 치르지 않고 점수 차 승리가 선언된다.

오혜리는 8강전에서 공격 득점 19점 중 석 점짜리 머리 공격만 6차례나 성공하며 18점을 올렸다.

화끈한 경기를 주도한 오혜리는 약 45분 만에 코트에 다시 나서 파리다 아지조바(아제르바이잔)를 6-5로 힘겹게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은메달을 확보하고 마주한 결승 상대는 세계태권도연맹(WTF) 올림픽 랭킹 세계 1위인 니아레였다.

결승전답게 3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오혜리는 1라운드 종료 38초 전 니아레의 왼발에 머리를 맞아 0-3으로 끌려갔다. 주심이 득점이 무효라고 하자 니아레 측은 비디오 리플레이를 요청해 석 점을 인정받았다.

2라운드에서도 먼저 몸통 공격을 허용한 오혜리는 뒤차기로 3점을 따라붙은 뒤 47초 전부터 연달아 머리 공격에 성공하고 6점을 뽑아 9-4로 단박에 역전시켰다.

10-4로 앞선 채 시작한 마지막 3라운드에서는 니아레가 거세게 몰아붙여 11-10까지 추격당했다.


하지만 오혜리는 침착하게 몸통 공격과 상대 경고 누적 등으로 점수를 쌓아 한 점 차 역전승을 이뤄냈다.

kim@fnnews.com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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