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9일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박모 할머니(83)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 할머니는 지난해 7월 경북 상주시 공성면 모 마을회관에서 농약을 몰래 섞은 사이다로 정모 할머니(86) 등 마을주민 2명을 살해하고 4명을 중태에 빠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화투놀이 끝에 속임수 여부를 놓고 피해자들과 다툼을 벌인 것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며 박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박씨의 옷과 지팡이 등에서 범행에 쓰인 것과 같은 종류의 농약인 ‘메소밀’이 검출됐고, 농약에 중독돼 쓰러진 마을 사람들이 마을회관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고 1시간이 넘게 방치했다는 것이 범인으로 지목된 이유였다.
특히, 119 구조대가 출동해 마을회관 밖에 쓰러져 있던 1명을 긴급 후송하는 과정에서도 다른 피해자들이 마을회관 안에 더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점도 수사기관이 박씨를 의심한 근거가 됐다.
이에 대해 박씨 측 변호인은 재판과정에서 화투놀이로 입씨름이 있기는 했지만 싸움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고 금액도 10원에 불과했다며 ‘범행동기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박씨가 마을회관 냉장고 안에 보관중이던 사이다에 농약을 섞었다고 볼만한 직접 증거가 없으며 박씨의 집에서 발견된 농약병도 범행에 쓰인 것이라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박씨의 옷과 지팡이에 농약이 묻은 것은 쓰러진 피해자들의 입 등을 닦아주는 과정에서 묻은 것이라면서 무죄주장을 폈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법원은 “사건 당시 박씨가 입고 있던 옷과 전동차, 지팡이 등에서 모두 농약인 '메소밀'이 검출됐다"며 유죄판단을 내리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법원은 "박씨의 옷 등에서 발견된 농약성분이 피해자들이 마신 사이다 속에 있던 메소밀로 인정된다"면서 “박씨의 주장대로 피해자들의 토사물을 닦아주느라 농약이 옷과 손에 묻었다면 피해자들의 DNA도 함께 발견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2심 법원도 “화투놀이가 살해동기가 아니라는는 피고인의 주장은 인정된다”면서도 “증거 하나하나로는 박씨가 범인이라고 단정하기에 다소 부족할 수 있어도 증거를 다 모아놓고 봤을 때는 박씨를 범인으로 보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며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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