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산후조리는 본격 육아 전 '산모 체력비축 과정'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31 16:26

수정 2016.08.31 16:26

산후조리는 본격 육아 전 '산모 체력비축 과정'
'임신의 끝은 분만이 아닌 산후조리'라는 말이 있다. 아기를 낳았다고 끝난 게 아니라 완벽한 회복을 위해 건강한 산후조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서양 사람들은 산후조리 없이도 회복이 빠른데 너무 유난한 것 아니냐'고 비난하지만 산후조리를 잘못할 경우 배변장애, 골다공증, 산후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종 간 유전적 특성 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

산후조리원에 입소하는 것은 어쩌면 육아에서 고군분투하기 위해 체력을 비축하고 장기적으로 나이 들어 여기저기 통증이 오는 것을 막으려는 일환이다.

여성은 임신하면 호르몬 변화로 몸이 예민해지고 분만 시 발생하는 과도한 체력소모, 출혈, 출산 후 자궁에 남아있는 불순물 등으로 혈액순환이 원활치 못해 몸이 상하기 쉽다. 이상적인 산후조리 기간은 100일 정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9~2013년 '임신·출산·산후기에 합병된 산모질환'을 겪은 진료인원 수를 분석한 결과 2009년에 약 5만1000명에서 약 5만9000명으로 3년간 16.1% 늘었다고 31일 밝혔다.
연평균 5.1%씩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으며 이는 최근 고령산모가 늘어난 현상과 관련이 깊다.

아기를 건강하게 돌보고 싶다면 엄마도 10개월간의 고된 임신기간을 보상받을 필요가 있다. 홍수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으로부터 임신 전 컨디션으로 한발 다가가기 위한 산후조리 생활습관을 알아본다.

■산후 1주일, '남편 전적 도움' 받으세요
산후 1주일은 산모에게 절대적으로 안정이 필요하다. 수유 외에 다른 활동은 하지 않는 게 좋고 이때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도록 한다. 허리와 관절이 약해져 있어 청소, 손빨래, 무거운 물건 들기, 다림질, 요리와 같은 일은 당분간 멀리해야 한다. 특히 걸레질, 빨래짜기 등은 손목에 무리를 줘 나중에 관절이 쑤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모유수유 한다면 고단백·고지방식 적정량 섭취
모유수유를 원한다면 아이에게 충분한 열량을 공급하기 위해 임신 때보다 더 많은 열량을 공급받아야 한다. 고단백, 고지방 음식을 적당히 챙겨먹되 과잉 섭취할 경우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한다. 튀기거나 정제된 음식보다 양질의 식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홍수정 원장은 "식단은 미역국이 아니더라도 다양하고 맛있게 챙기는 게 좋다"며 "하루 세 끼 미역국만 먹으면 지겹고 영양상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혹 출산 후 생긴 부기를 빼겠다며 처음부터 무리하는 산모가 있는데 2주 후부터 서서히 제거해도 충분하다. 홍 원장은 "분만 2~3일 후부터 소변의 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1~2주 안에 부기가 많이 빠진다"며 "이후 호박즙이나 옥수수차 등 이뇨작용을 돕는 음식을 먹는 게 도움이 되지만 체액이 한꺼번에 많이 배출되면 구토나 현기증, 두통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산 후에는 과도하게 빠져나간 칼슘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 자칫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높으므로 우유, 칼슘제 등으로 뼈를 튼튼히 하는 게 중요하다. 홍 원장은 "에스트로겐이 뼈 손실을 막아주는데 수유 시에는 호르몬 농도가 감소하기에 칼슘을 적정량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만 시 생긴 출혈로 손실된 철분도 챙겨야 한다. 산후 한 달 동안 철분제를 꾸준히 복용한다. 시금치, 육류, 생선 등 철분이 풍부한 식품을 챙겨 먹는다. 철분 흡수를 방해하는 카페인 음료는 삼가고, 흡수를 돕는 비타민C를 함께 섭취한다.

■출산 3~4일 후 '샤워 OK'
전통적인 한국식 산후조리법은 목욕, 머리감기 등을 하지 않는 게 관행이다. 과거엔 주로 쪼그리고 앉은 자세로 씻기 때문에 골반관절과 인대에 무리를 주고, 회음부 통증을 유발하며, 복압을 높여 태반 부위 출혈을 초래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그러나 요즘엔 서서 샤워하고 난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굳이 과거의 금기사항을 지킬 필요가 없다. 오히려 산모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매일 샤워하는 게 청결 유지에 도움이 된다. 단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은 출산 6주 후부터 가능하다.

■무조건 누워서 쉬어라?
출산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소진된 게 사실이지만 과거처럼 삼칠일(3주)을 누워있을 필요는 없다. 전통사회에선 영양상태가 양호하지 않아 긴 휴식을 권했지만 요즘엔 오히려 비만을 초래하고 체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적정한 활동을 추천한다.

산모가 한 달 동안 누워만 있으면 회복이 더디어지기 쉽다.

홍수정 원장은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이 약해지고 대사량까지 최악으로 떨어져 이후 육아 시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며 "출산 직후에는 충분히 쉬어야 하지만 1주일 정도 지나면 젖병 소독 등 간단한 일은 시작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산후조리 특효약 '걷기'
방에 누워만 있으면 자궁 수축이 늦어지고 살도 빠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된 뒤에는 가벼운 운동을 시작한다. 출산 후 산부인과 의사들이 적극 권하는 운동이 '걷기'다. 오로 배출을 돕고, 자궁을 수축시켜주며, 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들고, 산후 근육통을 줄여준다.
임신성 혈전증까지 예방해주므로 '만능 운동'으로 통한다.

출산 후 3개월까지는 인대가 느슨하기 때문에 과도한 운동은 삼가고 가벼운 산책이 적당하다.
출산 후 한 달 이내에 케켈운동을 병행하면 부어 있는 회음부의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요실금까지 예방할 수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