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이성구의 소비자경제] 국방, 시장의 관점서 바라보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31 17:31

수정 2016.08.31 17:31

[이성구의 소비자경제] 국방, 시장의 관점서 바라보라

요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국방 이슈가 정치적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휴전선에 배치된 수도권 공격용 방사포와 원전을 겨냥한 단거리 미사일만으로도 국민들의 안전은 위협당한 지 오래인데, 마냥 대책 없이 지내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주변국 방위가 문제 된 뒤에야 갑자기 국민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모습을 믿어야 할지 의심스럽다.

최근 보수진영 대선 잠룡 한 분이 종래 진보진영 어젠다였던 모병제(지원병제) 도입을 주장했다. 방위로 복무하며 주로 상관 잔심부름과 청소 등으로 병역을 마친 필자는 징병제의 허술함을 경험하고 20년쯤 전에 국방력을 강화하려면 징병제를 없애야 한다는 글을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적이 있다.

우선 국민개병제(징병제)는 그 뜻과 달리 매우 불평등하다.
단지 고위관리 등 출세한 분들이 다수 병역을 기피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군대를 갔다온다 하더라도 불평등하다. 출세한 사람이나 부자들은 국방 혜택을 많이 보고, 국방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하는데 보통사람들과 같은 기간 군대에서 때운 것을 가지고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만이다. 만일 지원병제로 군대 근무에 대가를 지불하게 한다면 그들은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부담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군의 사기와 애국심을 이유로 징병제를 주장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다. 그렇다면 어떻게 더욱 애국심이 필요한 장교는 징병제로 하지 않는지?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가혹행위도 사병의 지휘통솔을 위한 경제적 유인을 만들기 어려운 징병제에 기인하는 면도 있다.

지원병제의 경제적 부담이 (징병제보다) 크다는 주장은 무지에 가깝다. 징병제를 유지하는 한 국방부는 인력비용에 대한 개념이 없다. 북한이 잠수함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서 수십만 보병이 얼마큼 효과적인 방위수단인지 의문이고, 무인 운전까지 가능한 시대에 휴전선 250㎞를 보초로 경계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각종 센서, 로봇기술을 활용하면 가끔씩 조는 보초보다 완벽한 경계가 가능하고 보안산업은 세계 최첨단으로 발전할 것이며, 첨단 일자리도 늘어난다. 예산이 없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군 복무를 할 것인지, 복무기간 대신 얻는 소득을 세금으로 낼 것인지를 선택하게 하면 어떤 사람은 기꺼이 세금을 내고 어떤 사람은 군을 지원해 각자 원하는 일을 하면서 전문성도 제고되어 국방력은 더욱 강화되고 예산 문제도 해결된다.

사드 문제도 경제적 관점으로 푸는 것이 어떤가. 사드 배치가 국가안보에 기여하는 것이 무엇이고 다른 방법보다 얼마나 효과적인지? 미국이나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얻는 경제적 이익과 손실은 무엇인지? 사드 배치로 미국과 중국은 어떤 영향을 받고 두 강국이 진실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타협가능한 대안은 없는지? 누가 우방이고 적이냐는 이념적 논쟁이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논의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드든 지원병제든 이념적 선호에 따른 편 가르기나 지지층 결집 운운하는 셈법에 의한 정책결정은 국방을 위태롭게 한다. 이제 국방도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적은 비용으로 구매하는 경제문제로 시장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고의 유연성을 갖자.

yisg@fnnews.com 이성구 fn 소비자경제연구소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