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주권 훼손" EU와 관계 악화될 듯.. 실제 탈퇴 가능성은 낮아
애플로부터 세금 130억유로를 추징하라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결정이 아이렉시트(Ir-exit·아일랜드의 EU 탈퇴)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CNBC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집행위의 대대적인 세금 추징 결정은 아일랜드 세법을 따른 기업에 대한 징벌이라는 점에서 아일랜드 주권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크다. 또 이번 결정으로 아일랜드에 해외 본부를 꾸려놓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등이 이삿짐을 싸면 아일랜드에는 경제적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전례가 있는 데다 아일랜드와 EU의 관계가 그동안 매끄럽지 않았다는 점이 최악의 경우 아이렉시트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으로 확대되고 있다.
노던트러스트증권의 닐 캠플링 선임 부사장은 "이미 브렉시트가 결정된 적이 있다"면서 집행위의 결정으로 아일랜드도 EU 탈퇴를 결정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아일랜드는 이미 2007~2008년 국민투표를 통해 리스본 조약에 어깃장을 놓은 적이 있다고 상기시켰다. 캠플링 부사장의 지적대로 EU 회원국이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멤버이기도 한 아일랜드는 EU 집행위와 늘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
유로존의 의사결정을 매끄럽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리스본조약도 아일랜드에서는 순조롭지 않았다.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리스본조약 비준을 위한 국민투표에 나선 유일한 회원국이었고 이마저도 차질을 빚어 조약 발효가 늦어지기까지 했다.
앞서 2001년에도 아일랜드는 EU 조약을 부결시킨 전례가 있다.
EU 회원국을 확대하는 내용의 니스조약은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한차례 부결됐고, 다시 국민투표를 치른 뒤에야 통과됐다.
회원국 확대로 유럽 중동부의 가난한 나라들이 회원국이 되면 아일랜드가 받는 지원금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부결을 불렀다.
국가 주권과 경제적인 이득이 침해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두 차례 반대를 부른 셈이다. 그러나 아이렉시트는 지금으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집행위의 대규모 세금 추징 결정이 애플 등 다국적 기업들의 이탈을 촉발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데다 설령 현실화해도 EU 탈퇴의 득실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2008년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고,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2010년 EU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아일랜드는 탄탄한 성장세로 돌아섰다. 올해에는 1973년 EU 가입 이후 처음으로 EU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게 아니라 기여금을 낼 전망이다.
아일랜드 국가투자청인 IDA아일랜드의 마틴 섀너핸 최고경영자(CEO)는 정부가 이번 조치에 격분하고는 있지만 유럽의 일원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점은 확고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CNBC에 "아일랜드는 EU 회원국이며 유럽 단일 시장과 연결돼 있다"면서 "아일랜드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여기에는 어떤 변화도 없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여론도 EU 탈퇴에는 부정적이다. 연초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렉시트와 관련해 아일랜드인들 대다수가 영국의 EU 잔류가 바람직하다고 답했고,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7%가 EU 소속이라는 점이 아일랜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