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한진해운… 얼어붙은 부산경제
컨테이너 운송 전면중단.. 래싱·검수업체 작업거부
가뜩이나 힘든 부산경제 연간 8조원 손실 추산
법원, 회생절차 개시 결정.. 석태수 한진해운 대표, 법률상 관리인으로 지정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후폭풍이 거세다. 한진해운의 모항인 부산신항에서는 한진해운 선박 입출항과 컨테이너 운송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수출용 전자제품 운송 차질 장기화 우려 및 관련업계 경영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해상운송비 인상 가능성에 대비, 중소·중견기업의 대체선박 알선 및 운임 할인서비스 지원에 나서고 한진해운 청산 가능성에 따라 태스크포스(TF) 가동 등 후속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컨테이너 운송 전면중단.. 래싱·검수업체 작업거부
가뜩이나 힘든 부산경제 연간 8조원 손실 추산
법원, 회생절차 개시 결정.. 석태수 한진해운 대표, 법률상 관리인으로 지정
■부산항 물류대란…래싱 업체, 작업거부
1일 부산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부산신항의 래싱(선박에 실린 컨테이너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것)업체 및 줄잡이, 검수 업체 등이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작업을 거부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후 외국에서 한진해운 선박압류 및 입항거부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신항에서도 대금체불을 이유로 작업거부에 나선 것이다. 래싱 작업이 되지 않으면 컨테이너를 싣고내리는 게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수출화물은 다른 배를 찾아 떠나는 등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현재 부산신항에서 대기 중인 한진해운의 컨테이너는 20피트(약 6m)와 40피트(약 12m)짜리를 합쳐 1만3000개 정도로, 한진해운이 주로 기항하는 한진터미널(HJNC)에 대부분 대기중이고 나머지 4개 터미널에는 수십개에서 200여개가 대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항만공사가 대금지급을 약속하는 등 긴급진화에 나서 정상작업에 복귀키로 했다.
그러나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 모니터링한 결과, 부산항 환적화물 이탈과 국적선사 부족에 따른 운임상승, 입항선박 감소로 인한 선용품·벙커링 등 항만물류업계 손실 확대, 제조업계의 납기지연은 물론이고 한진해운에 이미 납품된 각종 선용품 미수금 회수불가 등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항발전협의회 등 해운·항만 관련 단체는 "한진해운이 쓰러지면 연간 7조~8조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하고 2300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자제품 수출물량을 한진해운에 수송을 맡기고 있는 삼성전자(40%대), LG전자(20%대 초중반), 동부대우전자(10% 미만) 등은 운송 차질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선사 전환 및 운송 중인 화물 압류조치 대응책 마련 등에 고심하고 있다.
■현대상선, 한진 단독항로 취항
정부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 수송동 석탄회관에서 정만기 차관 주재로 긴급 수출현안 점검회의를 열었다.
산업부는 "수출 시 해상운송을 주로 이용하는 기계.타이어.자동차부품.섬유 업종 등을 중심으로 집중 점검한 결과, 한진해운과 이미 계약된 화물은 입항거부·압류 등에 따른 수송 지연에다 대체선박 확보가 어렵다"며 "아시아~미주항로 운임상승 가능성 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이에 따라 운임인상 가능성 등에 대비해 무역협회 수출입운임할인서비스(RADIS)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대체선박 알선 및 운임 할인서비스 등 수출물류 애로사항을 지원키로 했다. 또 '수출물류 애로해소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중소.중견기업들의 수출입 물류 애로사항을 실시간 점검하고 해양수산부 '해운.항만.물류 비상대응반'과 긴밀한 공조체계를 구축, 수출기업 물류 애로해소를 위한 관계부처 협의도 신속히 진행키로 했다.
특히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한진해운의 청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TF를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산업은행, 현대상선 관계자 등과 함께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현대상선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 물류분야 혼란 및 화주 피해 최소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이 미주와 구주에 단독 제공하던 항로를 신설해 13척 이상의 대체선박을 오는 8일부터 투입할 예정이다. 대체노선은 과도한 화주 부담을 막기 위해 적정한 운임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7시를 기해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신속한 결정인 것.
아울러 법원은 회생절차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현 석태수 한진해운 대표를 법률상 관리인으로 정했다. 조사위원으로는 삼일회계법인이 선정됐다. 법원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10월 28일까지 조사보고를 받고, 11월 25일까지 회생계획을 제출받을 계획이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정지우 이환주 김경민 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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