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첫 정기국회 문열어
이번엔 근본대책 내놓길
20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1일 문을 열었다. 여소야대로 정국을 개편한 4.13 총선은 협치를 시대정신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석 달간 20대 국회가 보인 행태는 실망스럽다. 3당 원내대표들이 서명한 합의문은 두 번이나 종잇조각으로 전락했다. 타이밍이 생명인 추가경정예산안은 정략에 발목이 잡혔다. 장관 인사청문회에선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19대 국회와 뚜렷한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
이번엔 근본대책 내놓길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야말로 싹이 노랗다. 무상보육비를 핑계로 추경의 발목을 잡은 것부터 잘못이다. 이번 추경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한다는 성격이 짙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보육이 끼어들었다. 누리과정 예산을 추경안 처리와 연계시킨 야당의 전술은 저급했다.
야당은 그 덕에 교육시설지원 목적 예비비 2000억원을 확보하는 '전과'를 거뒀다고 자평할지 모른다. 이 돈은 학생 건강을 위협하는 우레탄 트랙을 교체하는 데 들어간다. 지방교육청은 여기서 아낀 돈을 누리과정 재원용 지방교육채를 갚는 데 쓸 수 있다. 요컨대 2000억원은 누리과정 우회지원 예산이다. 그러나 이 돈도 결국 일회성 땜질처방일 뿐이다. 추경에서 2000억원을 빼냈다고 누리과정 갈등이 풀린 것은 아니다.
누리과정 예산은 작년 정기국회에서도 최대 쟁점이었다. 대립 끝에 여야는 예비비 3000억원을 지방교육청에 지원하는 미봉책에 합의했다. 그 결과는 어땠는가. 진보 교육감들은 올해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버텼다. 보육대란 우려 속에 학부모들은 속이 새까맣게 탔다. 그 전 해인 2014년 정기국회에서도 여야는 목적예비비 5046억원을 지원하고 1조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을 허용하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했다. 그 바람에 지금 교육청들은 갑자기 불어난 빚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몇 년째 국민 속을 썩였으면 이젠 근본 해법을 내놓을 때도 됐다. 그러나 정부가 2일 제출할 새해 예산안을 보면 내년에도 학부모들은 애가 탈 것 같다. 정부는 새해 예산에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기로 했다. 여기에 누리과정 예산을 넣어 교육감들이 돈을 다른 데 쓸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근본처방과 거리가 멀다.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중 보건복지부 관할인 어린이집 예산을 국가 곧 중앙정부가 댈 것을 요구해 왔다. 야당은 이를 지지한다. 하지만 특별회계는 교육청 예산을 저 주머니에서 이 주머니로 돈을 옮긴 것에 불과하다. 교육감들과 야당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이 시작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무상보육비를 누가 댈 것인가를 두고 한가하게 네 탓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란 얘기다. 20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그 시험대가 올 정기국회이며 그중에서도 누리과정 예산이다. 내년에도 학부모 울화통이 터지면 20대 국회는 가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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