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효능에 가격 저렴한데 복제약을 선택하지 않는 건
인간이 받아들이는 정보 99.9995%가 무의식적 습관
설득이나 금전적 인센티브보단
고객 마음 속 돌처럼 굳은 습관의 벽을 뚫는게 나아
인간이 받아들이는 정보 99.9995%가 무의식적 습관
설득이나 금전적 인센티브보단
고객 마음 속 돌처럼 굳은 습관의 벽을 뚫는게 나아
인간은 실수투성이다. 인간관계나 건강, 사업, 재정 상태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젠 지구환경 전체를 망치고 있다. 아예 모른다거나 관심을 끊고 산다면 문제라고 할 것도 없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상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은퇴 후의 근심 걱정 없는 생활을 원하고 현재를 희생해서 미리 절약해야만 원하는 미래 생활이 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지 못한다. 가치 있고 이익이 되는 쪽보다는 전혀 쓸모없고 중요하지 않은 일을 선택하곤 한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인간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99.9995%는 습관이라는 자동조종장치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처리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뇌의 자동화 프로그램은 진화과정에서 제때 업그레이드되지 않아 수시로 오작동을 일으킨다. 따라서 사람들을 망치는 나쁜 습관들을 0.0005%의 주의집중 영역으로 끌고와서 교정한다면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가령 퇴근하면 TV 리모콘을 찾아 들고 소파로 직행하는 나쁜 습관을 지닌 사람의 뇌 속을 들여다 본다고 하자. 사고력을 주관하는 전두엽은 '운동은 장기적으로 몸에 좋다'고 말한다. 그러면 쾌락을 담당하는 대뇌번연계가 '지금 당장은 쉬고 싶다'고 말하며 소파에 드러누우라고 정반대의 명령을 내린다. 이처럼 뇌의 두 가지 시스템이 서로 다투는 상태를 '분석 마비'라고 부른다. 분석 마비에 빠진 뇌는 인간이 자멸적 선택을 반복하도록 이끈다. 의사결정을 할 때 전두엽은 미래의 장기적 효과를 계산하지만 대뇌변연계는 '지금 이 순간'만을 판단 근거로 삼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상태는 건드리지 않고 미래에 얻을 이익 만을 생각할 때면 대뇌변연계는 흥미를 잃고 아예 싸움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러면 전두엽은 비교적 조용하고 평화로운 상태에서 미래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획 수립 과정에서는 장기적 효과를 고려하지만 그렇게 신중하게 세운 계획을 실행할 때는 작심삼일이 되고 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의도와 실제 행동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령 지금까지 마케팅 담당자들은 고객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기저에 깔린 의도를 추론하려 했다. 왜 이 제품을 구매할까. 왜 이 제품은 외면할까. 또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고객들의 의견을 직접 듣기도 했다. 그러고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설득이나 광고로 사람들의 기본 의도를 바꾸려고 한다. 이것이 통상적인 마케팅이었다.
그러나 의도와 행동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면 이런 접근방식이 핵심을 헛짚을 확률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대하는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설득이나 금전적 인센티브를 내세우는 방식이 더 이상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고객들의 의도가 잘못되어 있다는 잘못된 전제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이미 좋은 의도를 지니고 있다. 문제는 분석 마비에 빠진 사람들이 그 의도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의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기 보단 사람들 마음 속에 존재하는 좋은 의도를 자극하고 활성화할 수 있도록 습관을 재설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 책은 개인과 조직의 습관을 리모델링해서 경제적 성과로 연결시키는 방법을 알려준다. 불황이 일상화된 뉴노멀 시대를 맞아 기업들은 외부로 향했던 시선을 내부로 돌려 고객 마음 속의 주관적인 현실인 '심리적 현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과식이나 운동부족 같은 자신에게 해로운 선택을 반복하는 이유를 정보의 비대칭이나 인센티브 부족 등으로 설명했던 전통경제학과 달리 행동경제학은 단지 인간의 부주의와 게으른 습관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똑같은 성능에다 가격은 훨씬 저렴한데도 사람들이 새로운 복제약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저자도 자신의 문제에 행동경제학의 성과를 접목시켜 고객 습관을 리모델링한 뒤 연 10%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과 응용과학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실제로 효과를 검증한 대표적인 습관 설계 전략들을 모아 7가지로 정리했다. 아무리 불황일지라도 철옹성 같이 단단한 고객 습관의 벽을 뚫을 수만 있다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는 얼마든지 열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혁신기업들은 고객들의 생활 습관 자체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대니얼 길버트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는 "이 책은 유쾌한 이야기와 깊은 통찰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며 "궁극적으로는 독자들이 경제적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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