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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논리만 적용... 물류대란 초래
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법정관리행으로 인한 물류대란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정부와 금융당국, 채권단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문제가 이미 시장에 반영돼있어 주식과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며 그간 구조조정 과정에서 손실을 상당부분 인식해 추가 위험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금융권에만 한정된 이야기였다.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종료가 결정되고 법정관리행이 결정되면서 미증유의 물류대란이 일어났다. 한진해운 선박이 항만에 입항하지 못해 전 세계 곳곳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으며 일부 선박은 압류 당했다. 해당 배에 짐을 실은 화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또한 당장 선박을 통해 물건을 보내야하는 기업들은 대체선박 구하기에 나섰지만 타 선사들이 가격을 높여 부르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미국 화주들과 항만 서비스 업체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언급돼 국제소송전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물류대란을 수습하기 위해 지원해야 할 자금도 지금까지 수천억원에 이르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일각에서는 정부와 채권단이 '호미를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됐다"며 주먹구구식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한진해운에 추가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정부는 한진해운의 자구노력 없이는 채권단의 '추가자금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이미 천명해 운신의 폭을 더욱 좁게 하고 있다.
■해수부 대응 미흡.. 컨트롤타워 부재
대책마련에 나선 정부도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그간 해운 구조조정에 한발 물러서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다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사태수습에 나섰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그간 "구조조정은 금융위가 알아서 할 일이다"라면서도 "정부가 기업의 구조조정에 개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이번 물류대란도 해수부가 자초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가능성은 이미 몇달전부터 제기돼왔지만 정부는 실제 법정관리가 결정된 후에야 비상대책 회의를 열었다. 한 업계관계자는 "법정관리 후폭풍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금융당국도 책임이 크지만 정부도 마찬가지"라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가 할일 아니냐. 어느 나라 정부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정부의 근시안적 대응은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 구조조정 이슈는 2008년 이후 해운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지속돼왔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구조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았고 해운사 자체적으로 알짜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해왔다.
국내 해운사가 제살을 깎아 연명하는 와중에 해외 정부들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자국 선사에 직접적인 유동성을 지원해 해운업 살리기에 나섰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 회생을 위해 41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며 프랑스는 2008년 이후 세계 3위 선사 CMA CGM을 살리는 데 20조원을 투입했다.
해운업 전문가는 "해수부가 물류대란 대응책을 미리 마련할 능력이 있었으면 해운업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해운업계와 학계의 목소리는 항상 반영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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